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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밸리록 2013 후기

Eunice_t-story 2013. 7. 29. 22:59
큐어와 NIN를 보러 올해도 갔었다. 2010년부터 2011년, 2012년 그리고 올해도.
이번에 장소를 안산으로 옮겨서 지산과 뭐가 달라질 지, 얼마나 더 좋을지, 안 좋을지 궁금했는데
올해는 그닥 어렵지 않게 잘 다녀온 것 같다. 물론 걷는 게 지산 때보다 훠~얼~씬 많았던 거 같긴 하다.
버스에서 내려서 행사장까지 가는 길이 엄청 길었던 느낌.

나야 어차피 혼자 휘리릭 다녀오는 거라 캠핑을 해본 적은 없는데
캠핑하는 사람들 보면 불편한 점들이 있나 보더라.
그리고 페북에 보니까 이번에 security guard들이 좀 기대 이하였나보다. 심지어 싸운 사람도 있다고 하니...
첫 날 큐어 티셔츠를 L로 샀는데 너무 커서 마지막 날 NIN 티셔츠 사면서 S로 교환했다.
원래는 교환이 안 되는데 하나 사면서 미리 산 거 바꿔 달라니까 친절하게 바꿔졌다 ㅎㅎ
첫 날 NIN 티셔츠도 한꺼번에 사려다가 공연 당일 살 생각으로 안 사길 잘 했어 ㅎㅎㅎ

큐어 티셔츠는 S로 샀어도 V넥이 나한테 잘 안어울리는 거 같아서 선선해지면 안에 흰색 면긴팔티 입고 입어야겠다. 
NIN 티셔츠는 기존 로고 새겨진 걸 살까 하다가 그냥 요걸로 ㅎㅎㅎ
어제 보니까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가져가라고 외치던데 
사실 그런 지치는 환경에서는 암껏도 먹기도 싫고 만사가 귀찮다. 그냥 공연 보는 것에만 에너지를 쏟게 된다.
이번에도 느낀 점은 역시 우리나라 관객들은 정말 호응을 잘 해준다는 거.

물론 팬이고 공연을 보고 싶어서 왔을 테니까 앞에 연주하는 뮤지션을 당근 좋아하고 
그래서 호응을 해주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데, 그게 유럽이나 미국은 좀 안 그런가봐...?
해외 뮤지션들이 내한 처음 했을 때 한국 관객의 호응에 엄청 감동 받는 걸 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나는 잘 모르는 밴드였지만 Fun.이란 밴드도 이번에 처음 내한했었나보다. 
NIN 공연하던 어제 낮에 공연하는 걸 봤는데 보컬이 굉장히 감동 먹은 게 얼굴에 역력히 보이더라 ㅎㅎㅎ
새 앨범 내고 반드시 또 오겠다고 아주 못을 박더만 ㅋㅋㅋ

Hurts도 마찬가지. 이번에 첫 내한을 안산밸리록에서 가졌는데 내가 보기에도 정말 관객들 엄청 호응 잘 해주더라.
아직 팬이 아닌 나까지 가만 서 있으면 안 될 거 같아서 같이 박수도 쳐주고 핸펀 불도 켜고 ㅋㅋㅋ
Hurts는 정말 센스쟁이야. 흰장미들을 가져와서 객석에 마구 던져줬다.
밸리록 트위터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정말 잘생겼다 ㅋㅋㅋ 

무엇보다 나는 Theo의 발음이 너무 매력적이야. 그리고 진짜 여자들 꽤나 울릴 것 같은 조각남!
근데 재미났던 건 어떤 남자 관객이 'I love you!' 하더라는 ㅋㅋㅋ 누군지 모르겠지만 정말 잼났어요 ㅎㅎㅎ
내가 아는 곡이라곤 Wonderful Life 밖에 없었는데 NIN 공연 끝나고 물컹한 진흙벌판을 엉금엉금 걸어 
Hurts 무대에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 바로 이 곡을 연주했다 ㅎㅎㅎ 되게 반가웠어, 아는 곡이 그 곡 뿐이라 ㅋㅋㅋ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 하다. 보컬 외모 출중하지, 가창력 뛰어나지, 곡들도 꽤 어필하는 거 같고...
사실 Hurts의 음악 분위기가 과연 락페에 어울릴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는데 
어제 라이브 보니 정말 응원단장 같이 조련 잘 하더라 ㅋㅋㅋ 사운드도 꽤 파워풀했다.

Theo는 얌전하지 않았고 무대매너가 아주 카리스마 넘쳤다. 마이크 스탠드도 부수고 아주... ㅎㅎㅎ
그건 레즈너 씨도 마찬가지였지만 ㅋㅋㅋ
Hurts도 관객 호응에 엄청 감동한 거 같았다. 외쿡인들이 쓰는 제스처들 중에 가슴을 탁탁 손으로 치는 건 
정말 진심으로 감동했다는 제스처야. 우리나라 팬들, 대단하다! 와우! 나도 보면서 감동스럽더라.
그래, 해외 뮤지션들 자꾸 울나라 오게 만들어라~ 매우 바람직한 현상~ㅎㅎㅎ
돌아오는 길에 내가 과연 앞으로 이런 락페를 얼마나 더 댕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그랬지만 매년 락페 라인업을 보면 내가 모르는 밴드들 투성이다. 젊은 밴드들도 많아졌고...
Fun.이나 Vampire Weekend 같은 밴드들, 난 전혀 알지도 못하는데 우리나라엔 이미 팬들이 있다.

내가 락페를 댕기는 이유는 내가 아는 밴드, 내가 젊은 시절 좋아하던 밴드들이 뒤늦게 내한을 해서 그거 보러 가는 위주다. 
그 뮤지션들도 나이 더 많이 들면 공연 다니는 것도 힘들테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활동을 안 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나도 락페를 더 이상 안 가게 될 거고...
슬퍼지네...-_-

어제 NIN 공연 끝나자마자 시작된 불꽃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