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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바흐 무반주 전곡 리사이틀 (5월 29일 LG 아트센터)

Eunice_t-story 2016. 5. 29. 22:22



드디어 파르티타 전곡 연주 공연을 댕겨왔다. 혹시나 해서 옷도 일부러 편한 복장으로 하고 갔음 ㅋㅋㅋ

근데 생각보다 전혀 지루하단 느낌도 없고 되게 길다는 느낌도 없었다. 괜히 '전곡'이란 말에 지레 겁먹고 각오까지 했던 거 ㅋㅋ

오히려 짧게 느껴졌을 정도. 너무 겁먹고 가서 그랬던 건가 ㅋㅋㅋ


워낙에 현악기 소리, 특히 바욜린 소리를 좋아해서 2시간 넘게 그 소리만, 딱 한 대의 바욜린 소리만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

첼로 파르티타 연주 같은 경우도 전곡 연주를 하루에 다 몰아서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그만큼 연주자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작품.

권바욜의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연주를 못 간것이 다시금 쬐매 아쉬워진다. 

앞으로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 연주도 공연 볼 기회가 생긴다면 꼭 가보고 싶다.


김수연 씨는 내가 바욜 처음 배우기 시작하면서 클래식 음원을 마구 사들일 때, '파르티타'가 뭔지도 모를 때, 

파르티타 전곡 연주 음원을 사면서 알게 된 이름이다. 국내파인지, 유학파인지, 몇살인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바흐 파르티타 전곡 연주 음원은 자주 들었다. 특히 밤에 혼자 듣기 딱 좋음. 


간간히 바욜 연주 공연에서 연주자가 앵콜로 파르티타 한두 곡을 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이렇게 다 모아놓은 전곡 연주 경험은 연주자에게도, 관객에게도 흔치 않은 경험일 듯.


시규어 로스의 라이브 공연 때 우주적 기운을 느꼈는데 바흐의 파르티타 연주도 그랬던 거 같다.

모짜르트, 베토벤 등등 정말 다들 천재이고 엄청나게 위대한 작곡가들이겠지만 바흐는 뭔가 좀 더 신비롭다고 해야할까. 더 오래된 사람이고.

바로크 음악 자체가 나는 좀 신비롭게 들린다. 굉장히 오래 된, 미지의 음악 같은 느낌이 있다. 그게 바흐의 파르티타의 경우 극대화된 거 같음.

그 옛날 옛날에 이런 곡들을 작곡했다는 게 진짜 엄청나게 경이롭다.


우주선 타고 우주를 바라 보면서 듣기 좋은 음악 중에 하나가 바흐의 파르티타가 아닐까. 

우주선 타 볼 기회를 잡는 사람은 지구상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몇 명 안 되겠지만 ㅋㅋㅋ


샤콘느로 대미를 장식하고 난 후 여기저기서 기립박수를 쳤다. 나도 일어나고는 싶었는데 궁뎅이가 무거버서 ㅋㅋㅋ

앵콜은 없었다. 그렇게 연주를 했는데 앵콜까지 하는 건 아무래도 힘들었겠지. 공연 후에 싸인회도 있었으니.

싸인회 줄이 엄청나더라. 여자 연주자인데 여자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였다. 


그동안 음원으로 듣기만 하고 연주자 프로필 같은 건 전혀 몰랐는데 프로그램에 보니 독일에서 나고 자랐다. 

바흐의 나라에서 나고 자란 한국 연주자. 클라라 주미 강이랑 공통점은 둘 다 영재 출신이고 독일 태생이란 점이네.

활동하는 연주자들 프로필을 보면 대부분이 이미 열살도 되기 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너무 우측으로 치우친 자리가 아닐까 좀 걱정스러웠는데 딱 좋았다. 그리고 보면대는 없을 줄 알았는데 있었음. 

LG 아트센터는 뮤지컬 공연장으로도 쓰여서 앞쪽 오케석이 3줄 정도 있는데 거기 앉으면 목 아플 거 같다. 차라리 약간 뒤쪽이 낫다. 

그리고 나같이 키가 난쟁이인 사람은 층이 좀 있는 좌석이 더 나은 거 같고. 

오늘 자세히 보니까 1, 2, 3열까지는 같은 높이고 4, 5열부터 층층히 계단식이더라.

게다가 정면보다는 차라리 약간 비스듬한 각도에서 보는 게 앞사람 머리 안 가리고 더 나은 듯.



iTunes에 들어있는 음원들에 곡 제목이 다 있긴 한데 들을 때 항상 그냥 순서대로 주욱 들어서 정확히 어떻게 곡이 구성되는지도 몰랐다 ㅋㅋ 

공연 볼 때 그닥 활용도는 없어도 프로그램은 꼬박꼬박 사는 편인데 이번엔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네 ㅋㅋ


좋은 공연 잘 감상했다! 파카니니 카프리스 공연도 언젠간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