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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주미 강, 쾰른 챔버 오케스트라 2016.04.30(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Eunice_t-story 2016. 5. 1. 00:58

옐로우 라운지인지 머시긴지 그 때 클라라 주미 강 보겠다고 갔다가 

이런 엄청난 연주를 그렇게 열악한 공연 조건에서 감상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싶어 이번에는 지대로 예당에 가서 감상했다.

옐로우 라운지, 내가 이제 다시는 거기서 하는 클래식 공연 가나 봐라. 몰라서 궁금한 맘에 한 번 가보고 이제 알았으니 절대 다시 갈 일은 없다.

옐로우 라운지라는 것이 클럽 놀러가는 어린 애들한테 클래식을 전파해보겠다는 취지인 거 같다. 

나 같이 늙어서 클래식을 특별히 전파할 필요 없는 사람들은 그냥 예당 가서 앉아서 제대로 들으면 됨.

그 때 그 산만했던 공연 분위기는 지금 생각해도 다시금 짜증이 올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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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이라는 공연날짜는 일부러 그렇게 잡은 것인지 알 길은 없으나 이 날이 주미 강이 20년 전에 첫 데뷔 공연을 했던 날이란다.

그것도 바로 예당 콘서트홀에서. 모르고 공연 보러 갔었지만 의미 있는 공연의 자리에 나도 함께 있었다니 흐뭇함.


오늘(벌써 어제) 보니 주미 강 팬들이 많이 왔던 거 같더라. 어린 팬들, 삼촌 팬들 ㅋㅋㅋ

정말 키도 훤칠하게 크고 얼굴도 이쁘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신발을 보니 차이콥 콩쿨 때 신었던 그 플랫슈즈였던 거 같다.

완전 플랫슈즈를 신었는데도 키가 진짜 크다.



벌써 일욜이네, 오늘도 여기 또 가야 함 ㅋㅋ 



그러고 보니 오늘 프로그램 마지막 곡은 영화 <아마데우스> OST에 있던 곡이다. 

그 영화를 하도 여러 번 봐서 영화 속 클래식 곡들은 곡명은 몰라도 멜로디는 대강 기억하는 곡들이 많다.


1부 첫곡은 오케, 두번째 곡은 클라라 주미 강 바욜 협연, 인터미션 후 주미 강 협연하고 마지막곡 오케 연주.

이 챔버오케스트라는 첫 내한공연이라는데 국내 클래식 팬들이 그동안 많이 기다렸던 팀이었는지 

커튼콜을 3번 정도 했던 거 같다. 클라라 주미 강 연주 때도 정말 여기저기서 브라보 터져 나오고. 주로 남자 목소리 ㅋㅋㅋ


클라라 주미 강의 두번째 연주가 끝나고 박수가 계속 되고 커튼콜이 계속 이어졌는데 

이례적으로 누가 꽃다발을 무대 위의 클라라 주미 강에게 주길래 뭐지? 했더니 

지휘자가 관객들에게 직접 영어로 20년 전 바로 이 날 이 무대에서 클라라 주미 강이 데뷔했다고 설명해줬다.


클라라 주미 강의 앵콜곡은 파가니니 카프리스 5번.

챔버 오케가 마지막 곡 연주 후 앵콜을 2곡 했는데 첫 앵콜곡은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중 프렐류드. 두번째 앵콜곡은 뭔지 모르겠다.


차이콥 콩쿨 때도 인터넷으로 생중계도 보고 해서 이번이 첨 클라라 주미 강 연주를 본 게 아닌데

오늘 손목 비브라토가 도드라지게 눈에 들어 오더라. 윤소영도 보면 손목 비브라토 하던데. 김봄소리는 암 비브라토 같고.

나는 아직 개념도 안 잡힌 비브라토 ㅋㅋㅋ


바로크, 모짤트 음악을 연주하는 바욜린 단원들을 보면서 내가 레슨 받으면서 앞으로 넘어야 할 단계가 이거구나 싶더라.

그동안 배우면서도 여러 고비가 있었는데 나름 다 넘기고 지금까지 왔다.


물론 전공하면서 평생을 악기와 함께 한 사람들처럼 할 순 없지만 취미로 배우면서 갈 때까진 가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왔던 게 아니라 성인이 다 돼서 취미로 하자니 한계는 당연히 있다.

예전에는 볼파르트 할 때 쌤이 메트로놈 켜놓고 안 시키셨는데 요즘은 메트로놈 켜고 빠르게 핑거링하고 보잉하는 훈련을 시키신다.

이제는 그런 훈련을 할 단계가 됐나 보다. 지난 레슨 때도 메트로놈 켜놓고 하긴 했는데 쌤이 이 정도면 잘하는 거라고 칭찬을 ㅋㅋ 

그죠 ㅋㅋ 취미생이 오케 단원들처럼 하긴 아무래도 무리니까 ㅋㅋㅋ 물론 취미생들도 잘하는 사람들은 참 잘한다.

전에 바욜 카페에서 취미로 십년 넘게 한 취미생도 그런 말을 했었다. 오래 하다 보면 다 된다고. 그 말은 맞는 거 같긴 하다.


오늘 오케 연주를 보면서 빠른 손가락과 보잉을 진짜 열심히 쳐다 봤다. 그 정도 경지는 꿈도 못 꾸지만 발뒤꿈치 수준 근처라도 가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