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벤게로프 바이올린 리사이틀 (5월 31일 오후 8시 예당 콘서트홀)

이미 오래 전부터 수차례 내한을 했고, 이미 유명한 바욜리니스트지만 난 그동안 몰랐을 뿐이고 ㅎㅎㅎ

바욜린 배우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막심 벤게로프. 바욜린 안 배우고 관심 없는 사람도 사라장 정도는 알지만 

막심 벤게로프는 그래도 관심 쫌 있어야 알게 되는 연주자인 거 같다. 내가 그랬으니 ㅎㅎ

그동안 유툽에서만 열심히 봤던 그 연주자를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었다. 진짜 왜 유명한지 알겠더라.

일단 프로그램 곡들만 봐도 울트라 고난이도곡들만 쫘악~ 공연 보면서 현실로 입이 떡 벌어졌다.

나보다 젊은 막심이 ㅋㅋㅋ

이자이 다음 곡이 에른스트? 이 곡 연주를 들으면서 현대의 파가니니 같단 생각을 했다. 바욜린 신 같았다.

D열 앞에서 두번째 줄. 자리 좋았다. 게다가 보면대도 없어서 더더욱 잘 보였음. 거의 방향이 나를 바라보고 연주하는 듯했다 ㅋㅋㅋ

마이크를 통한 소리가 아닌 그냥 바욜린 소리와 피아노 소리로 들었던 거 같다.

그동안 바욜린 리사이틀을 몇 번 가봤지만 보면대 없이 연주하는 경우는 아마도 막심 씨가 첨인 듯.

물론 연주자들은 이미 다 외웠겠지만 그래도 항상 보면대가 앞에 있던데 막심 씨는 첨부터 끝까지, 앵콜까지 몽조리 암껏도 안 보고 하더라.

원래 본인 스타일인지 뭔지, 나야 막심 씨를 이번에 첨 본 거라 모르겠지만 어쨋든 진짜 후덜덜한 실력.

첫곡부터 엄청난 곡이었다. 파르티타로 공연 시작. 무대 조명도 어두컴컴하니 분위기를 잘 살렸다.

샤콘느는 근데 난 다른 연주자들 스타일이 더 맘에 든다. 

벤게로프 씨 연주 영상을 그동안 많이 보진 않았지만 여태 본 바로 받은 인상은

악보대로 박자를 딱딱 맞추기보다 느낌대로 본인이 약간씩 조절하는 거 같다.

샤콘느는 왠지 그렇게 연주하면 오히려 느낌이 더 안 사는 거 같은뎀. 이거이 뭐 개취지만서도.

프랑크 소나타 같은 곡이 벤게로프 씨 연주 스타일과 잘 맞는 거 같다. 뭔가 더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이랄까...

삘 좋고 테크닉은 거의 신의 경지. 프로그램 곡들이 하나같이 죄다 울트라 고난이도. 이런 바욜린 리사이틀은 첨이야 진짜 ㅋㅋㅋ

보면대도 없어, 곡들은 죄다 어려워, 아주 놀라웠다. 충격적일 정도로.

무반주곡들의 임펙트가 강했다. 가히 충격적. 어떻게 사람이 저런 연주를 할 수가 있는지 경이로웠다.

앵콜은 무려 4곡

1. 크라이슬러 Caprice Viennois

2. 크라이슬러 Tambourin Chinois

3. 헝가리 무곡 5번

4. 타이스의 명상곡

그리고 싸인회도 하더라. 줄이 구부러질 정도로 엄청 길었음.

관객들 근데 왜그리 기침들을 해대는지. 여태 내가 갔던 공연 중에 이렇게 기침 많이 했던 공연은 아마 첨인 듯. 

이거 기록이다. 거의 5초마다 한번씩 기침소리. 다 쫓아내고 싶었음.

그닥 심한 기침도 아니고 그냥 헛기침 수준. 숨막혀 죽을 정도 아니면 좀 참아라! 

나도 지금 감기 끝이라 기침 나지만 집중하다보니 기침도 안 나오더만. 

기침 많이 날까봐 목캔디도 사들고 갔고 일부러 생수 한 병 사갖고 들어가서 곡 끝날 때마다 쪼끔씩 마셨다 ㅋㅋㅋ

나 하나쯤이야 라고 생각하고 캑캑거리다 보면 너도나도 캑캑거리는 꼴이 되는 거. 기침소리 진짜 무쟈게 거슬렸음. 

다 입 틀어막아주고 싶었다. 2부에선 그나마 기침소리가 좀 줄더라. 에어컨 바람도 좀 줄어든 거 같았고.

근데 기침이 반드시 에어컨 때문만은 아니다. 그냥 자기 하나 개운하려고 여러 사람 귀에 거슬리는 행동 한 거.

충분히 참을 수 있는 기침을 계속 해대는 통에 1부 연주내내 기침소리와 연주 소리를 섞어서 들어야 했다.

***

벤게로프 씨는 손가락이 가늘지 않고 오동통한 편인데 엄청 빨리 움직인다.

관객들이 박수칠 때 벤게로프 씨 입모양을 보니 '감싸함니다'를 하고 있더라. 딱 한 번쯤 '땡큐'였던 거 같고 나머진 전부 '감싸함니다' ㅎㅎㅎ

앵콜할 땐 큰소리로 '감싸함니다' 했다 ㅎㅎㅎ

진짜 굉장한 연주를 감상했다. 그런 고난이도곡들을 모아서 생으로 들을 기회는 앞으로도 흔치 않을 거 같은데 벤게로프 씨 덕분에 잘 감상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