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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자유를 원한다 [와이어드] 2010년 3월호

Eunice_t-story 2010. 3. 24. 19:38
source: designdb.com

돈은 자유를 원한다_<와이어드>2010년 3월호

글 김의경

이번 호<와이어드(Wired)>표지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의 관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돈'이 장식했다. 1달러 지폐 위로 솟아오른 입체적인 연결망이 암시하는 것은 돈 버는 법 따위의 통속적인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다름 아닌 '돈의 결제 방법'이 주제. ‘돈은 자유를 원한다(Money Wants To Be Free)’라는 표제 아래 "은행과 신용 카드의 독점적 왕국이 종말을 고하는 지금, 금융계 신흥 결제업체들의 새로운 물결이 당신의 현금은 물론 경제까지 자유롭게 하리니"라는 과도한 수사적 멘트가 독자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물론 카드업계 종사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만은 없겠다.

표지기사 '화폐의 미래(The Future of Money)'는 무료에 가까운 낮은 수수료로 무장한 인터넷 결제방식이 앞으로 금융과 경제에 불러일으킬 혁명을 점친다. 이제 신용카드나 현금, 수표는 한갓 역사일 뿐. 카드와 아이튠즈(iTunes), 페이팔(PayPal) 등 각기 다른 세 가지 결제 처리 과정을 비교한 도식을 보면 전자 결제가 얼마나 합리적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IDN></IDN><와이어드>2010년 3월 호 표지
© WIRED<IDN></I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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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용카드, 아이튠즈, 페이팔의 결제 과정을 나타낸 도식 © WIRED

트위터(Twitter)의 공동창업자인 잭 도어시(Jack Dorsey)가 설립한 스퀘어(Square)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카드를 결제하고, 노키아(Nokia)의 투자를 받은 오보페이(Obopay)에서도 개인식별번호만 있으면 전화로 돈을 이체한다. 페이스북(Facebook)도 소셜 네트워크 전용 아이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마존이나 구글도 이에 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결제 산업에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와이어드>는 무엇보다 이 같은 변화의 선봉에 있는 페이팔에 주목한다. 페이팔은 트위터와 연계한 결제 시스템 회사인 트위트페이(Twitpay)를 출범시켜 1만5천 명에 이르는 유저들을 불러들였다. 인터넷상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이 이룬 혁신과 실험 정신을 결제의 세계로 이끌고 있는 것. 지난 50년간 은행과 카드 회사들이 폐쇄적으로 구축해온 요새를 공격한 장본인인 페이팔은 정작 자신들이 신용카드에 대한 대안은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지폐에서 플라스틱으로 화폐의 진화를 맞이한 지난세대에게, 카드는 현금의 복사판이 아니었다. 카드는 돈의 사용방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소비를 조장하여 세계 경제규모를 확대시켰다. 페이팔이 어떤 혁명을 가져올지 모르지만 결제산업이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만일 돈이 완벽하게 디지털화된다면, 과거에 신용카드가 그러했듯 우리가 경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전혀 달라질 것이라는 게<와이어드>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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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붐, 그 10년 후 © WIRED

표지기사와는 시점과 분위기 면에서 대조적인 '닷컴 붐, 그 10년 후(The Dotcom Boom, 10 Years After)'는 수많은 벤처 기업들의 꿈과 좌절로 얼룩졌던 테크놀로지 버블 시대를 돌아보았다. 2000년 3월에 나스닥은 5천 포인트를 넘기면서 최고점을 찍은 후 급격하게 곤두박질쳐 아직까지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뜬구름 잡듯 벤처기업을 지휘했던 허풍쟁이들의 초라한 현재는 사필귀정이라 치자. 닷컴 계의 선구자로 추앙 받았지만 지금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알타비스타(AltaVista)나 라이코스(Lycos) 같은 회사의 근황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격세지감. 한편 좋은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운이 없어 고배를 마신 업체들은 그나마 동종의 성공한 닷컴 회사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재기를 노리고 있단다. 무엇보다 이 세계의 명암을 비정할 만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닷컴 시대를 최종 평가한 도식. 단적인 예로 야후(Yahoo!)의 경우 1996년에 최고점에 위치했던 좌표가 2000년엔 중간에, 2007년에는 완전히 바닥에 내려앉아있으니, 닷컴 세계의 예측불가함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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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을 지배하는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 WIRED

이어진 '인사이드 박스(Inside the Box)'는 구글의 검색박스를 조명했다. 오늘의 구글을 있게 만든 원동력은 독자적인 검색엔진 알고리즘이다. 페이지랭크(PageRank)에 기반한 검색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한 구글은 1997년 백크럽(Backrub)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인 지난 해 말엔 실시간 검색에 뛰어드는 등 알고리즘 개발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 그리하여 시장의 65%를 장악한 구글은 이제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한다는 말까지 듣는다. 이 같은 구글의 독주를 막고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검색엔진인 빙(Bing)으로 출사표를 던지고 무려 1억 달러의 광고비를 쏟아 부어 점유율을 10퍼센트 안팎으로 올렸다. 빙은 구글의 검색엔진이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라며 그 취약한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구글의 알고리즘이 제공할 수 있는 그 이상을 사람들이 원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겠다는 어느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구글이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것이 이 기사의 지배적인 논조이다.

한편 '위대한 패자(The Biggest Loser)'는 트위터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미국의 영화감독 케빈 스미스(Kevin Smith)의 인터뷰를 실었다. 인디 영화가 붐을 이룬 1990년대 배우와 영화대본 작가, 감독으로 활동했으나 존재감이 없었던 그는, 이후 로맨틱 코미디 영화감독으로 주목 받는 듯했다. 하지만 특유의 유머 감각이 대박을 터트린 곳은 영화가 아니라 트위터였다. 백만 명의 트위터 추종자들을 모은 비결은 자신이 네티즌의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라고. 트위터라는 매체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하는 그에겐 영화보다 140자 텍스트가 잘 맞는 듯하다. 그는 이제 새 영화<캅 아웃(Cop Out)>의 개봉을 앞두고 자신의 본업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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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용 쥐, 그리고 인간 © WIRED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소설과 동명의 기사 '생쥐와 인간(Of Mice and Men)'은 의학 발전에 공헌해온 실험용 동물을 다뤘다. 1909년에 탄생한 실험용 쥐는 큰 기대를 모으며 의학 실험에 획기적 발판을 마련하는 듯했다. 그러나 쥐 생체실험을 거친 의약품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면서 인간과 쥐 사이 유사성에 대한 맹신은 곧 무너졌다. 불과 10년 전 어느 과학 전문지는 쥐가 더 이상 실험실에서 가치가 없다는 기사를 실을 정도. 그러다 최근 게놈(genome) 지도가 완성되면서 국면은 급반전 되었다. 쥐와 인간 유전자의 같고 다름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자 특정 목적에 따라 쥐의 유전자를 조작, 재실험이 가능해 진 것. 이를 반영하듯 실험용 쥐를 공급하는 찰스 리버(Charles River) 연구소는 연 매출 6억 달러를 넘기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의학 실험에 인간을 대신하여 쥐를 사용한 역사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제 쥐는 인간 게놈의 재프로그램화에 공헌하라는 임무를 새롭게 부여 받게 되었다.
마지막 기사 '붉은 위협(Red Menace)'은 전 세계에 엄청난 식량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Ug99 곰팡이에 대해 다뤘다. Ug99는 밀 농작물을 말려 죽이는 신종 줄기녹병균으로 10여 년 전 우간다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아시아의 곡창지대인 펀자브 지방으로 세력을 넓혀 이제 터키와 아프가니스탄까지 바짝 다가왔다. 문제는 이 곰팡이균이 과학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방역을 이미 뚫었다는 것.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민감하다. 바람의 패턴에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이 균의 포자가 북미 초원지대까지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국제적 협력을 통해 Ug99에 저항성 있는 유전자 개발은 물론 관리와 방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위한 예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 식량 공급에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을 생각하면 Ug99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는 아니다.
www.wir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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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드>2010년 3월 호
목차
070 The Future of Money
080 The Biggest Loser
082 Of Mice and Men
088 10 Years After
096 Inside the Box
102 Red Men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