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디자인 DB
글 오정미
글 오정미
이번 호 IdN의 특집기사는 '잡지'를 다룬다. 잡지에 대해 말하는 잡지라. 물론 흔히 볼 수 있는 기획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주제 자체로 흥미를 끌 수 있을 만한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국제 디자이너 네트워크(International Designers Network)’라는 IdN의 취지가 무색하지 않게, 한 장 한 장 내용과의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인 디자인이 더욱 독자의 시선을 붙든다. 게다가 무료로 제공된 DVD의 구성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알차다. 주요 기사들에서 언급된 대부분의 작품을 영상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소장가치가 충분한 잡지라 하겠다.
특집기사 ‘잡지의 마법(The Magic of Magazines)’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편집디자인’에 관한 탐문 기사다. 오늘날 신문을 비롯한 잡지와 소설 등의 인쇄 매체가 사양길을 걷는다고는 하나, 역으로 인쇄산업 종사자들은 전례 없는 창의적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IdN은 자신의 한계치를 시험하는 듯한 편집디자인의 획기적인 발전에 대해 박수를 보내며, 이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2009년 10/11월호 표지 © I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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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화이트 라이즈>의 표지와 내지 © IdN
독립영화잡지인<리틀 화이트 라이즈 Little White Lies>의 경우, 한 호마다 한 편의 영화를 다루는 대담한 기획이 돋보인다. 이 한 편의 영화가 곧 해당 호 편집디자인의 청사진으로 활용되며, 매번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발행인 대니 밀러(Danny Miller)는 다른 어떤 디자인 분야에서도 찾을 수 없는 편집디자인만의 고유한 일면으로서 ‘진화’를 꼽았다. 주 혹은 달마다 나오는 잡지란 매체는 하나의 통일적인 구조 혹은 미학을 향해 진화해가는 것이어서, 대개 일회적인 것에 그치는 여타 디자인들과 차별화된다는 생각이다. 런던의 패션 잡지<플라스티크 매거진 Plastique Magazine>의 경우, 실은 런던 밖 다양한 도시를 오가며 예술과 문화와 정치 등의 이슈를 아우르는 종합 잡지다. 책임편집장 브라일리 파울러(Brylie Fowler)는 내용과 디자인의 균형을 위해 무엇보다 팀워크를 가장 우선시한다. 그는 ‘잡지는 팀 스포츠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인사이드 섹션에서도 몇 번 다룬 바 있는 이탈리아 건축 잡지<도무스 Domus>의 경우, 편집디자인 작업의 내적인 면모에 대해 보다 실감나는 인터뷰를 제공한다. 이 잡지의 편집디자인을 코치하는 온랩(onlab)의 설립자 니콜라스 부르퀸(Nicolas Bourquin)은, 잡지에서 그래픽과 활자의 역할을 음악에 비유한다. 즉, 내용의 구조와 크기에 맞도록 자유로이 배치된 기사들은 마치 재즈의 변주처럼 리듬을 타게 된다는 논리다. 또한 그는 편집디자인만의 속성으로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작업은 영상 편집이나 영화 감독이 하는 일과도 비슷하다 할 수 있겠지만, 또 그보다 저렴하고 민주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그는 편집디자인의 과정을, 이야기의 편집과 창조 등에 얽힌 모든 사람들간의 대화로 명명했다. 그리고 ‘잡지에겐 수난기지만, 편집디자인에겐 전설의 시대’라는 그의 말은 곧 이 기사의 헤드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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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엘르>의 내지와 헤드라인 © IdN
이밖에 패션 잡지<베리 엘르 Very Elle>의 아트 디렉터 논포맷(Non-Format)은, 특히 패션지에서 활자의 역할을 '풀(glue)'에 비유하는 재기 발랄함을 보여준다. 패션지의 활자는 잡지의 스타일적인 면들을 하나로 묶을 뿐 아니라, 종종 동일한 사진 작가나 스타일리스트가 제작하는 기사용 지면과 광고용 지면을 구분해준다는 점에서도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다. 위 편집디자인에 관한 대담 중,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이라 생각된다. 이 밖에도 포스터 형식의 잡지<이즈 낫 매거진 Is Not Magazine>과 일 년에 두 번 나오는 잡지<우든 토이 쿼털리 Wooden Toy Quarterly>에 관한 기사가 편집디자이너들의 다양한 경험철학에 대해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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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트 팩토리가 나인 인치 네일즈를 위해 제작한 월드 투어 무대 © IdN
다음으로 눈에 띄는 기사는 지난 호 기사 ‘빛을 내리소서(Let there be light!)’에 이어지는 속편(Part Ⅱ)이다. 현대 조명 예술은 다른 대상을 돋보이게 하는 기술장치로서의 역할을 넘어서, 이제는 완전한 독립적 영역으로 인정받는 추세다. 이 분야의 선구적 디자이너들과 작품에 대한 정보가 지면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일례로 더 스튜디오(The Studio)의 워렌 뒤 프리즈(Warren Du Preez)와 닉 쏜톤 존스(Nick Thornton-Jones)의 경우, ‘비주얼 아트’나 ‘설치 미술’등의 용어가 보편화되기 전부터 빛의 쓰임이 독특한 사진을 찍어왔다. 사진과 조명 영역의 개척자로 여겨지는 위 둘은, 조명 예술의 진화를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기술이란 점점 안정적인 것이 되어가기 마련이고, 매체란 사용자에게 친화적인 것으로 발전해가기 때문이다.
IdN은 이들의 수많은 작업들 중에서도 최근 알렉산더 맥퀸 패션쇼에 관련된 이미지와 설명을 상세히 실었다. 다음으로 우스만 하케(Usman Haque)의 인터랙티브 쇼(interactive show)는, 내용보다도 쇼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담은 사진이 먼저 시선을 끈다. 일례로 버블 런던(Burble London) 프로젝트의 경우, 영국 디자인 박물관에서 수여하는 2008 올해의 디자인 상(인터랙티브 부문)을 받은 작품이다.
여기에서 하케는 대략 1천여 개의 특대형 헬륨 풍선 안에 각각 소형 리모컨과 LED를 넣어 하늘로 올렸다. 풍선들은 상공에서 거대한 건축물을 형성하며 빛의 특별한 패턴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쇼의 하이라이트는 지상에 있는 관중이자 참여자들이 핸들로 풍선들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시간이었다. 하케는 조명예술 자체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자신이 인터랙티브 쇼의 실험가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자신의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이 도시라는 공간에 대해 재고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현재 그의 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조명을 포함하는 동력인 것만은 확실하다. 다음으로 모멘트 팩토리(Moment Factory)는 조금 더 상업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고 있는 디자인 회사다.
여기에서 하케는 대략 1천여 개의 특대형 헬륨 풍선 안에 각각 소형 리모컨과 LED를 넣어 하늘로 올렸다. 풍선들은 상공에서 거대한 건축물을 형성하며 빛의 특별한 패턴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쇼의 하이라이트는 지상에 있는 관중이자 참여자들이 핸들로 풍선들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시간이었다. 하케는 조명예술 자체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자신이 인터랙티브 쇼의 실험가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자신의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이 도시라는 공간에 대해 재고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현재 그의 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조명을 포함하는 동력인 것만은 확실하다. 다음으로 모멘트 팩토리(Moment Factory)는 조금 더 상업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고 있는 디자인 회사다.
회사의 이름만큼이나 작품의 컨셉트도 확실하여, 관중들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moment)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멘트 팩토리의 작품은 주로 콘서트나 갈라 쇼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멀티미디어적 시도가 새로운 형태의 쇼와 비주얼 아트의 발전에 공헌하는 가장 현실적인 예라 하겠다. 모멘트 팩토리의 대표작으로는 밴드 나인 인치 네일즈(nine inch nails)의 2008 투어 콘서트를 들 수 있다. 조명과 비디오, 노래와 연기 등이 하나로 조화된 무대는 마치 거대한 비디오 게임을 연상시키는 듯한 공간으로 재탄생 했다. 이곳에서 빛과 사람을 비롯한 무대 위 모든 것은, 마치 음악이라는 보이지 않는 조이스틱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버블 런던과 나인 인치 네일즈의 공연 모습 등은, 제공된 DVD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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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마 스튜디오의 촬영 현장과 비디오 클립 © IdN
한편 ‘현대 모션 아티스트에게 아직 유효한 초현실주의적 접근(Surrealist approach still valid for modern motion artists)’이란 긴 제목의 기사는, 한 세기 이상 거의 모든 예술 분야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온 초현실주의가 특히 현대 영상분야에서 새 시도를 계속하고 있음을 밝힌다. '시즈마(Cisma)'라는 가명 아래 주로 모국인 브라질 밖에서 활동하는 드니스 카미오카(Denis Kamioka)와 런던이 주무대인 이탈리아인 영화 제작자 엔리코 람비아즈(Enrico Lambiase)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카미오카의 경우 ‘강한 비이성적 확신’이란 뜻을 가진 ‘시즈마’란 가명에 걸맞게 영상물에서 은유적 표현을 중요시한다. 람비아즈는 해리포터 시리즈, 다크 나이트, 나니아 연대기 등의 상업 영화에 프렙 아티스트(prep artist)라든지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가졌지만, 자신만의 새로운 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영상물 작업에서 가장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두 감독의 작품 역시 DVD에 수록되어 있다.
이밖에도 패션 브랜드 프라다(Prada)가 한국 서울에서 6개월 동안 벌였던 패션과 미술의 크로스오버 이벤트 ‘프라다 트랜스포머(Prada Transformer)’, 음악 포스터 분야에서 일하는 베스트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샘플 포스터,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정기적 칼럼의 시작으로서 네덜란드 디자인 스튜디오가 제안하는 새로운 폰트 등에 관한 기사들 역시 흥미진진하다.
www.id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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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N 2009년 10/11월 호 – 통권 16호
목차
008 Surrealist approach still valid for modern motion artists
011 The magic of magazines
051 Prada art on parade
063 Off the wall
075 Let there be light! Part Ⅱ
086 Type Casting featuring Versch ontwe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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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N 2009년 10/11월 호 – 통권 16호
목차
008 Surrealist approach still valid for modern motion artists
011 The magic of magazines
051 Prada art on pa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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