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서 Critique(The Magazine of Graphic Design Thinking)에 실린 What makes us look?의 내용을 계속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왜 우리는 보는가?]
우리는 모든 것에 똑같은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시각구조는 끊임없이 환경을 바라보며 뭔가 시선을 끄는 자극을 찾는다. 지각하는 것은 선별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과다하여 넘치게 되어버릴 것이다.
여러분과 같은 디자이너에게 기회라는 것은 보는 사람, 즉 물리적, 문화적이고 개별적인 경험으로 이루어진 개체가 당신의 디자인을 보려고 다가설 때 찾아오는 것이다. 어떻게 많고 많은 시각의 세계에서 독자의 시선을 끄는 한 이미지를 뽑아낼 수 있을까?
1)목적의식을 가지라
독자의 시선집중은 이미지 그 자체보다는 어떤 목적이냐에 더 좌우된다. 보는 것은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탐색(search)과 훑어보기(surf)
탐색은 특정 이미지나, 사물, 또는 언어를 찾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탐색할 때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친숙한 것들이며 우리가 ‘아하!’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우리 머리 속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이다. 그것은 마치 올림픽 로고가 아무리 배경에 깔려 있어도 우리의 눈이 그것을 찾아내는 것과 같고, 또는 자신의 얼굴이나, 아는 친구의 얼굴을 단체사진에서도 가려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탐색하는 사람은 주위가 산만한 것을 원치 않으며 상관없는 것들을 가려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향의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이 가진 이런 강점을 활용하여 트레이드마크나 독특하고 쉽게 인식할 수 있는 페케지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슈퍼마켓의 제품들로 가득 찬 진열대가 바로 이런 탐색 방법을 실험할 수 있는 경우이다.
이에 반해 훑어보는 사람은 시각적인 환경을 정처 없이 배회한다. 그들은 빠른 눈으로 환경을 이리저리 바라보고 이 곳에서 저 곳으로, 가끔 한 곳에 머물기도 하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이동하기를 계속한다. 얼굴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시선이 멈추는 곳은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다: 각도, 급격한 커브, 모서리, 대조
고전적인 시선집중 전략은 색상, 급격한 대조, 놀라움이나 폭력적 이미지들을 이용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훑어보는 사람의 시선을 끈다. 하지만 현란한 색으로 당신의 시선을 끌려고 한다면,(예를 들어 세탁세제 패캐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럴 때 가장 눈에 뜨이는 건 오히려 검정과 흰색일 것이다. 내용을 표현하는 방법은 디자인을 인식하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다.
2)사물과 배경
인간의 눈과 뇌의 구조는 대조를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대조는 우리의 시각구조가 모서리와 윤곽을 지각하도록 자극하며 이것은 사물과 배경, 포지티브와 네가티브의 관계의 기초가 된다.
소위 ‘피터-폴 술잔’이라고 불리는 그림은 이런 대조의 효과를 극대화 한 예로서 사물과 배경의 지각적 특성을 보여준다. 어느 사물에 당신이 초점을 맞추던지-술잔이든 얼굴이든-초점을 맞춘 이미지가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물은 더 의미가 있어 보이고 배경은 형태가 없이 덜 중요해 보인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그림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변화되는 것이라고는 우리가 이미지와 상호작용 하면서 발생하는 지각의 차이뿐이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이런 효과를 그동안 많이 적용해왔다.
일상도구의 이미지가 집안 일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책표지에 등장했다. 이것은 방법을 알려주는 각 주제별로 쓰여진 시리즈. 디자이너: Michael Bierut, 출판사: Redefinition Books.
폭력적인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한 이 포스터는 우리의 감각을 혹사시키며, 때로는 독자에게 반감을 살수도 있지만 그래도 시선을 끌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Fluxus 예술운동의 아방가드 추종자들을 위한 포스터. 디자이너: Rick Valicenti, Mark Rattin
1955년에 제작된 스위스의 오토바이 클럽의 포스터. 커다란 빠른 속도의 오토바이와 작은 소년의 대조가 두드러진 작품. 카피는 “어린이를 보호하라!”. 디자이너: Josef Muller-Brockman
이것은 피? 블랙유머가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운전게임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인 Gametek's Quarantine사의 두 페이지짜리 광고. 디자이너: Markham Cronin
3)더 가까이
우리의 눈이 한 이미지에 고정되게 되면 그 이미지에 더 다가가려는 마음이 생긴다. 거리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다른 경험과 의미를 가지게 된다.
워싱턴에 있는 베트남전 기념비의 디자인이 바로 그러한 좋은 예이다. 멀리서 보면 검은 대리석 패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까이 갈수록 V자 형태의 건축물로 보이게 된다. 멀리서는 대리석 위의 이름들을 읽을 수는 없지만 줄을 잘 맞추어 나열된 것으로 보인다. 이름들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서면 잘 닦인 대리석 위에 반사된 당신 자신의 그림자가 마치 유령처럼 흐릿하게 들어오고, 그것은 마치 움직이는 것과 영원히 잠든 것의 스쳐 지나가는 형상처럼 느껴지게 한다.
요즘은 이미지의 픽셀화나 확대 또는 디지털 기술로 변형시키는 것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이미지들은 그래픽적으로 아주 매력적이다. 게다가 이런 이미지는 독자들로 하여금 더 가까이 작품을 들여다보기 보다는 더 멀리 떨어져서 보게 한다.
4) 채워 넣기
독자를 이미지 완성에 참여시키는 것은 효과적인 관객참여의 방법이다. 윤곽이 분명하지 않은 디자인, 예를 들면 콘트라스트가 강한 사진과 같은 경우, 또는 크리스천들에게만 예수로 보인다고 알려진 예수의 이미지들이 바로 그런 예이다. 이런 이미지들에게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점은 한번 그 이미지를 보고 나면 다시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 때 이미지가 주는 시각정보의 양은 놀랍게도 얼마 되지 않는다. 한 번은 디자인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런 의문을 제기했던 적이 있다:
이미지의 시각정보는 어느 정도까지 제거할 수 있을까?
실험결과 50%의 시각정보를 제거하고도 이미지를 지각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 50%가 어떤 부분이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색상
우리들 대부분이 색상, 선, 형태가 디자인의 기본적인 요소라고 배웠다. 그러나 우리가 색을 지각하는 방식은 색 자체가 아닌 그 색 주위의 것들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 더 나아가서 같은 색이라도 다른 조명아래에서는 다른 느낌으로 지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색상이 전달하는 시각정보라는 것은 그리 비중이 크지 않다. 흑백사진의 강렬함을 생각해 보라.
특정 색상은 독자의 지각에 따라 다르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을 끌게 한다. 이런 현상은 동시 대조(같은 색상이 배경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 현상)나, 같은 명도라도 같은 채도인 경우 서로 맞닿았을 때 경계선이 일렁이는 듯한 착시현상 등을 포함한다.
피터-폴 술잔(Peter-Paul Goblet)은 사물과 배경역할의 전환을 보여주는 아주 친숙한 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잔을 먼저 보게 되고 얼굴을 찾아보라고 지시를 받아야만 얼굴을 보게 된다.
영국 국립극장의 로고로 제시된 이 두 얼굴은 거의 동시에 읽힌다. 흰 마스크가 검은 마스크와 연결된 것은 마치 희극이 비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을 시각화한 듯 보인다.
1975년에 제작된 이 디자인전시회 포스터는 사물과 배경의 전환을 응용하여 독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디자이너: 시게오 후쿠다.
이 포스터에서 우리의 시선을 가장 먼저 끄는 것은 세밀하게 그려진 중앙에 놓인 나무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에 매달린 색색의 알파벳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나서야 배경에 놓인 도서관 건물의 이미지가 눈에 들어온다. 디자이너: Lance Hidy
1968년에 디자인된 그르노블 동계올림픽의 이 심볼은 스키선수의 이미지를 멀리서만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곡선만 보일 뿐이다. 바로 스키의 느낌이란 이런 것인가... 디자이너: Roger Excoffon
펀치를 휘두를 듯한 극장 포스터의 상징적인 이미지는 확대된 망점의 겹치는 효과로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디자이너: Paula Scher
우리의 눈과 뇌는 1966년에 제작된 이 다이케스팅(수압기를 이용한 주조) 엑스포를 위한 로고를 알아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돌출과 매몰의 효과를 잘 적용한 예.
콘트라스트가 강한 이 사진속의 턱수염난 사내는 예수라고 여겨진다. 오로지 신자들에게만. 하지만 한번 볼 수 있게 되면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게 된다.
작은 부분의 색상은 구별된 색상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정체성을 잃고 묻혀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효과는 인쇄나 인상주의 회화에서 자주 발견하게 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색을 지각하는 현상은 거리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이용하여 독자들을 ‘더 가까이’ 끌어 올 수도 있다.
6)움직임
움직임은 자연적인 시선집중의 효과이지만 그래픽디자인에서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에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움직임과 관련된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정확하지 않고 번진 듯한 경계선은 움직임을 암시하는데 왜냐하면 실제로 사물이 움직이면 그 윤곽선을 정확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중노출효과(움직임의 순차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보이게 하는 효과)는 움직임의 다양한 단계를 하나의 동시적 이미지로 묶는다. 이런 테크닉은 Harold Edgerton 같은 사진작가들이나 Giacomo Balla, Marcel Duchamp 같은 미래주의 화가들이 사용하였다.
움직임의 느낌을 창출하는 또 한가지 방법은 독자로 하여금 움직이는 효과를 창출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런 “보이는 과정”에 의한 방법은 동양의 서예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한데 손으로 직접 그리고 쓴 이미지와 글을 사용한 그래픽디자인은 눈과 뇌의 지각단계를 넘어서서 몸 전체로 지각하게 만드는 강력한 운동감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거칠게 그려진 리처드 3세의 이미지는 펜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며 마치 독자 스스로 그린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디자이너: James Victore
7)깊이
움직임의 경우와 같이 깊이도 그래픽 디자인의 실제적인 구성요소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로 하여금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3차원적인 요소를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런 효과는 꽤 호소력이 있는 편이다.
Joseph Binder의 미공군 포스터가 바로 그 예이다. 비행기들이 또다른 비행기의 날개 밑으로 보인다. 이런 극적인 스케일을 이용한 대조는 깊은 공간감을 준다. 이 포스터에서의 시선은 큰 날개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독자가 조종석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 독자는 그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포스터에 표현되지 않은 부분까지도 상상하게 된다. 포스터에 나타난 강한 사선형 구도와 대담한 레이아웃은 생동감을 더한다.
글자를 이미지 위에 놓는 테크닉은 깊이감을 줄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글자가 전면에 있으면 마치 유리 위에 써있는 것 처럼 보여서 공간감이 느껴지는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글자와 그 뒤에 있는 것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빛을 사용하여 그림자 효과를 내어 깊이감을 더 할 수 있다. 때로는 아주 작은 부분의 겹침도 입체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글자와 화살표를 이용한 1948년 Monza 포스터는 속도감, 소음, 그리고 자동차 경주의 흥분을 그대로 살렸다. 디자이너: Max Huber
독자로 하여금 Rosie가 마치 자기이름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녀의 이름이 얼굴 바로 위에 놓여 있다. 디자이너: Gary Rogers, 발행: Newsday
커다란 비행기 날개와 멀리서 보이는 비행 편대의 크기의 대조는 이 1941년 디자인된 전쟁 포스터의 깊은 공간감을 창출한다. 디자이너: Joseph Binder
Springhill사의 Direct Mail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진동감이 느껴진다. 강력한 색상이 시선을 끈다. 디자이너: Bret Terwilleger
다음 시간에 내용이 계속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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