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s+Design

월간 디자인 6월호 추천 디자인 책-릭 포이너의 비주얼 컬처 에세이

Eunice_t-story 2008. 6. 3. 23:14
출처: 비즈앤비즈 블로그
릭포이너의비주얼컬처에세이
릭포이너 | 박성은 옮김

비즈앤비즈 2008.04.16

디자인과 섹스의 상관 관계?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어떤 의미인가? 자신이 속한 프로젝트의 성격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 의미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이런 물음에 당신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이 책은 바로 그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디자인은 상업적이고 쾌락적이며 자아도취적이고 소비자 중심적이다. 디자인은 그런 의미에서 섹스와 성질이 유사하다. 그렇다면 이렇듯 중립적으로 디자인과 섹스의 상관관계를 정의하면 되는가? 과연 그 둘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원제가 '디자이닝 포르노토피아(Designing Pornotopia)'임을 감안한다면 책의 전체적인 인상까지 흡사 성에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이 부제인 '릭 포이너의 비주얼 컬처 에세이'로 결정된 것을 보면 그런 조심스러운 오해는 내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듯 하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포르노토피아는 무슨 의미일까? 미국의 문학 평론가 스티븐 마커스가 '인간의 모든 경험을 성적 행위 또는 성적 상황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관점' 이라고 정의했다면, 릭포이너는 좀 더 일반적 의미로 해석해 '인간 관계나 우리 자신과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에 관한 비유'로 정의한다. 결국 릭 포이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디자인이 궁극적으로 섹스와 성질이 유사하다면 섹스 산업이 불러온 여러 가지 부작용이 곧 디자인의 문제, 디자이너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우리는 서점이나 가판대에 산처럼 쌓여 있는 잡지를 보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물론 잡지마다 부분적인 차이점과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다고 예리한 마니아들은 주장할 것이다. 패션 잡지의 표지를 예로 들자면 제호와 인물의 차이가 있을 뿐 내용을 보여주는 방법이나 형식은 거의 모든 잡지가 동일해 보인다. 겉으로는 모든 잡지가 서로 자신의 변화와 유행을 선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표지만 봐도 이미 파악되는 획일적이고 예측 가능한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너무나 당연히, 그것이 마치 잡지의 본질이라 주장하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이것은 단순히 디자이너만의 문제일까? 릭 포이너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스타일을 요구하는 것은 마케팅 부서다. 그들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오래된 연구 결과를 근거로 대부분의 독자가 원하는 사진이나 표지 공식에 일정한 유형이 있다고 주장한다. 남성은 스포츠나 섹스 등으로 머리가 꽉 차 있고, 여성은 어떻게든 자신의 외모를 화보 인물처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 헤맨다. 지난 호와 별 차이 없는 신간은 그 방법론을 수단 삼아 독자에게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공하는 척한다. 그는 바로 이런 식의 미디어의 태도와 작용이 우리의 내면을 점점 더 불확실하게 만들고 그 기능을 상실케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런 잡지도 있다. 릭 포이너는<카를로스>라는 일등석 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버진 아틀랜틱의 기내 잡지를 예로 든다. 재생지 노트처럼 보이는 표지와 사진 대신 일러스트레이션을 사용하는 이 잡지는 고급스럽다. 전체적인 비주얼은 별나고 불가사의해 보이기까지하지만 내용은 비교적 평이하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 별난 잡지를 향유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은 일등석에 탑승하는 상류층 승객이다. 이 잡지의 유별난 독자층 선택은 계층간의 경계선을 긋고 특권을 부여하는 문화의 한 속성을 보여주는 예로서 릭 포이너에게 포착되었다. 에세이 형식을 빌린 탓인지 이 책에 언급된 다양한 문제들은 사뭇 진지하고 날카로우며 통찰력 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곳곳에 숨겨진 대중과 디자이너의 관계,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고민, 사회성 있는 디자인의 필요성 등에 대한 저자의 문제 의식에 동참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면 과감히 첫 장을 넘겨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만한 말이 책 끝에 언급되어 있다. "다른 사람을 탓할 게 아니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글/ 진달래(그래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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