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s+Design

NEST - 2007.06.23 작성글

Eunice_t-story 2008. 6. 23. 12:45
이번 시간에는 미국의 인테리어 잡지인 NEST를 소개합니다.
다음은 PRINT지에 실린 NEST에 관한 내용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주는 NEST는 1년에 4번 발행되는 인테리어 잡지로서 넘치는 이미지들의 불협화음이며, 인테리어 디자이너/장식가에서 잡지발행인으로 전환한 사람의 창작물이다. 전문 그래픽 디자인 교육도 받지 않고 잡지디자인 경험도 없었던 이 잡지의 발행인이자 편집장이자 아트디렉터인 Joseph Holtzman은 그 모든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NEST를 과감하고 참신한 잡지로 만들었다.
잡지의 내용이나 디자인은 기존의 규칙이나 틀을 깨려는 호기심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잡지의 전 페이지가 일일이 4개의 구멍이 일정하게 뚫려 있거나, 혹은 패션 디자이너 Todd Oldham이 디자인한 천으로 된 단추가 달린 밴드가 둘려 있고 표지에는 여자의 누드가 있는 것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1999년 가을호는 잡지 전체가 4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잡지 뒷커버의 패턴은 화가 Francisco Goya의 여름별장인 Quinta del Sordo에 있는 벽지이다.
1998-99 겨울호에서는 패션디자이너 Tod Oldham이 NEST를 위해 특별제작한 천으로 만든 벨트로 둘러쌓여 있다. 사진: Carlo Mollina.
NEST는 기존의 그 어느 인테리어 잡지들과도 닮지 않았다. 물론 잡지의 종이재질은 다른 잡지들과 비슷할지 몰라도 기존의 우리 눈에 익숙한 스타일의 잡지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젊은 층을 겨냥해서 최첨단 패션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NEST의 기사들은 기존의 잡지들이 사용하는 그리드나 반복적인 레이아웃의 전형을 지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잡지의 뒷커버에서 늘 볼 수 있는 광고도 NEST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때로는 뒷커버에 그저 패턴이나 어떤 추상적인 이미지가 있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잡지 내용의 순서들까지도 뒤죽박죽이어서 독자들의 예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기도 한다.
NEST는 46세의 인테리어 장식가인 Joseph Hlotzman가 만들어낸 특이하면서도 다소 개인적이고 대담하기도 한, 그의 삶을 바쳐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NEST는 사람들이 자기 집을 장식하기 위해 사용하는 재료들에 관한 Holtzman의 열정적인 관심/집착을 표현하기 위해 때로는 눈에 거슬리고 난잡해 보이기도 한다.
Joseph Holtzman. NEST의 창간자/발행인/편집장/아트디렉터. 그의 맨하탄에 있는 아파트에서.
뉴욕의 센트럴 파크 근처에 있는 Holtzman의 아파트는 마치 그의 잡지를 보는 듯 하다. 마루에서 천장까지 갖가지 묘하고 닳은 듯한 가구, 꽃병, 그림, 액자들, 벽지들로 가득하다. NEST의 불규칙적인 레이아웃과 같이 그의 집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각종 가정용품들로 차 있다.
그의 아파트가 단지 그의 집이 아닌 그의 잡지편집 스타일의 연장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볼티모어에서 살 때 가지고 있던 집을 팔아 NEST의 창간호의 제작비에 사용했는데 그때부터 가지고 있던 그의 공간에 대한 집착이 지금의 NEST를 있게 한 것이다.
Holtzman은 공간에 대한 컨셉에 집중하며 서체를 고르는 것이나 자간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잡지 전체가 인테리어가 잘 된 공간처럼 보이도록 하는 데 더 신경을 쓴다. 또한 Holtzman은 입체적인/3차원적 느낌을 주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나는 각 페이지의 내용을 더욱 생동감 있게 하고 사진을 생생하게 할 수 있는 배경색이나 패턴을 찾는 식으로 디자인 해 나간다.”라고 그는 설명한다. 마치 그의 아파트를 꾸미듯이.
이런 종류의 가상 체험적인 형태를 추구하기에 잡지가 최상의 매체는 아니지만 Holtzman은 다양한 재료와 접기, 구멍 뚫기를 이용하여 독자들이 실제로 그 곳에 있는 듯한 경험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래픽 디자인교육을 받지 않은 Holtzman은 규칙에 얽매이는 타입이 아니다. 괴상한 것이 좋게 여겨지는 인테리어 장식분야를 공부한 그는 그래픽분야에서 괴상한 것을 시도한 셈이다.
1999년 여름호에 실린 내용. 기사는 Philip Johnson이 디자인 한 집을 개조하는 내용이다. 아세테이트지를 사용하였다. 사진: Ezra Stoller.
1999-2000년 겨울호 표지. 잡지 내부에는 접착용 조각들이 있어서 독자들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했다.
‘쿠키 괴물’이라는 이름의 기사가 실린 페이지. 빵으로 덮힌 침실벽에 관한 기사. 1999-2000년 겨울호. 사진: Nan Goldlin.
1996년, 그는 인테리어 서적을 편집하면서 편집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서적은 출간이 무산되었으나, Holtzman은 편집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적인 생각에 NEST를 발간하게 되었다. 잡지를 창간하기 전, 그는 비싼 돈을 주고 잡지발행에 대한 자문을 구했는데 그 때 그가 얻은 대답은 잡지를 창간하려면 우선 독자층에 대한 분석을 확실히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난 읽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독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자문가는 정확한 분석이 없이 잡지를 창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독자층의 연령대, 경제수준 등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난 그런 식으로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자문가는 그가 디자인한 초안을 보고는 ‘이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자문가는 내가 잡지디자인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난 그들의 자문을 무시하고 나 혼자 할 것을 결심했습니다.”라고 그는 회상한다. 더 이상의 자문을 구하는 데 돈을 쓰지 않고 잡지가 “뜰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NEST를 창간했다.
잡지의 창간호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를 포함한 6명의 팀을 구성했는데 Holtzman은 디자이너의 깔끔한 신모던주의적 타이포그래피 스타일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그가 원래 가지고 있던 미적이고 빽빽하고 장식적인 스타일로 잡지를 디자인했다. 심지어 Holtzman은 잡지 오른쪽 모서리를 둥글리자는 제안도 했었는데 그저 다른 잡지와의 차별화를 두자는 의도였다.
Holtzman의 과감하고 겁없는 디자인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그는 처음에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에 자신감이 없었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잡지 이름이 그렇습니다. 만약 내가 다시 잡지를 새로 시작한다면 NEST라는 이름을 안 쓸 겁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NEST라는 이름을 쓰자는 의견에 찬성했을 때만 해도 나는 내 스스로 결정하는 일에 서툴렀습니다. 내가 팀장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조차도 두려워했습니다. 내가 그 이름에 찬성하도록 당시에 압력을 좀 받았던 것 같습니다. NEST라는 이름은 전화상으로 말할 때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NEST 매거진입니다’ 라고 하면 다들 ‘NEXT요?’ 아니면 'NAST(Conde Nast-대규모 잡지발행사)요?‘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제대로 알아듣지만요.”
그의 디자인은 심하게 혼란스러웠지만 그의 노력에 감탄한 동부지역 잡지유통관계자들은 NEST를 Barnes&Noble과 같은 대형서점에 유치할 수 있도록 했다. 1997년 겨울, 아무런 사전 홍보나 광고 없이 NEST는 잡지 진열대에 올라갔다. 창간호의 표지에는 Farah Fawcett이 실린 패션잡지의 표지로 도배를 한 침실의 사진이 실렸다.(Farah Fawcett의 광팬에 관한 기사를 표현한 것이었다)
1997년 창간호 표지. Farrah Fawcett의 사진으로 도배를 한 Raymond Donahue의 침실사진. 사진: Jason Schmidt
빽빽한 흑백 이미지를 배경으로 하단중앙의 TV스크린에는 총천연색의 Farah Fawcett 이미지가 있다.(별색으로 Glossy 처리되었다) 내부로 들어가면 Holtzman의 창간목적을 언급한 글이 있는데 이 글에서 Holtzman은 이렇게 그의 의도를 밝혔다.
“NEST는 아침에, 혹은 오후에 일어나서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공간을 어떻게 꾸미나 하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잡지이다. 우리는 여러분들이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우리 잡지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아마 상상도 못했던 것들까지 말이다.”
Holtzman 본인도 놀랄 정도의 결과가 나타났다. 1호와 2호 발행의 중간 기간에 25000부 전부가 모두 팔렸고, 10000부를 더 만들어내야 할 정도였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이 인기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NEST의 대중적인 성공은 분명히 잡지의 솔직함과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으려는 자세 때문일 것이다. 잡지의 어느 페이지에도 상업적 경향이나 유행을 드러내는 내용은 없으며 독자들이 읽을 필요가 없는 내용은 넣지도 않았다. 잡지의 내용은 물론 굉장한 인테리어에 관한 것들이지만 NEST는 실제로는 괴상하며, 아웃사이더적이며,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물론 사진을 고르고 디자인하는 사람은 Holtzman이지만 잡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대부분의 인테리어 잡지들은 하나의 스타일만을 가지지만 우리 잡지는 그 범위가 더 넓습니다.”라고 Holtzman은 말한다.
1999년 봄호 표지. 고양이가 가득찬 집에 관한 내용을 표현하였다. 사진: Langdon Coy.
1999년 여름호의 표지. 젊은 싱글남성과 그의 아파트를 보고 소름끼쳐 하는 부유한 노부인과의 가상의 만남을 표현했다. 표지에서 사용된 만화적인 처리는 잡지 내부의 기사에서도 사용되었다. 사진: Jason schmidt.
1998년 가을호 표지. 독일인 화가인 Rosemarie Trockel에 의해 디자인된 벽지. 표지에 12가지 다른 종류의 종이를 붙이게 하여 12가지 다른 모양의 표지가 되었다.
NEST를 보고 반해버린 저명한 예술가들은 잡지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 지원하기도 한다. 사진작가 Nan Goldin, 건축가이자 이론가인 Rem Kolhaas, TV만화시리즈인 ‘Simpsons'를 만든 Matt Groening 등이 그들이다.
NEST에 소개되는 인테리어들은 결코 평범한 것들이 아니다. 벽이 온통 은박지로 쌓인 아파트라든지, 연필을 벽에 붙여서 어지러운 패턴을 만든 집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Holtzman에게는 단순히 괴상한 것이 아닌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난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인테리어 장식의 관점에서 봅니다.”라고 Holtzman은 말한다. Holtzman은 종이상자 안에 사는 노숙자의 생활에 관한 기사를 다룬 적이 있다. 그는 이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인테리어 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노숙자로서의 삶이 아닌 상자 안의 삶으로 바라본다.
Holtzman은 새로운 또는 감춰진 실내공간들에 대한 내용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한번은 뉴욕의 다운타운에 있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아파트에 관한 기사를 다룬 적이 있다. 그 아파트는 전 예일대 건축대학 학장인 Paul Rudolph에 의해 디자인 된 것으로 심지어는 화장실까지도 다 들여다보이도록 디자인되었다. 그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유리관 안에 갇혀 전시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Holtzman은 18세기의 미술에 심취해 있다. 그는 그의 잡지를 통해 18세기의 아름다움을 그만의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Holtzman은 NEST지를 통해서 오늘날의 인테리어 디자인분야가 가지고 있는 미학이나 기준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를 원한다. “난 우리 모두가 디자인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어떤 방에 들어갔을 때 가슴을 치는 듯한 감동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감동이 단순히 벽에 좋은 그림이 걸려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이 잡지를 통해 하고 싶은 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을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젊은이들을 찾는 건 쉽지가 않더군요.”
2000년 봄호 표지. “누드가 하나도 없음(All no nude issue)"라는 문구는 잡지에서 많이 사용되었던 문구를 사용한 유머이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내용으로 또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