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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정책과 디자인 (출처: KIDP)

Eunice_t-story 2009. 8. 28. 22:03
2009
08.26
친환경 정책과 디자인 
Paris' Autolib

지난 2007년 무인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벨리브(Velib)’를 선보여 성공을 거둔 파리시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또 하나의 친환경 대중교통 혁신 방안으로 전기자동차 대여시스템인 ‘오토리브(Autolib)’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 후반에 실행될 예정인 오토리브는 벨리브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이용자는 예약 없이 대여소에서 카드 결제를 하면 바로 자동차를 대여할 수 있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주변에 있는 대여소에 다시 반납하면 된다. 

하지만 벨리브와 달리 오토리브는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예정이다. 오토리브 시행을 위해서는 고가의 전기자동차를 다량 확보해야 하고, 무엇보다 각 대여소마다 전기 충전 설비가 필요하다. 전기자동차를 위한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파리시가 그 실행 시기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 엄청난 예산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정부의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이 전기자동차 인프라를 한 번 구축하게 된다면 일반 소비자들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라이프스타일 혁신형 소비재인데 관련 시설물이 부족하다면 이에 대한 인식도 전반적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오토리브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다면 시내 곳곳에 전기충전 시설이 완비되고,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새로운 운송 수단인 전기자동차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저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오토리브는 실시도 되기 전에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전기자동차 역시 근본적으로는 자동차 이용을 권장하며 화석연료 사용을 조장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파리의 기존 녹색교통정책은 개인의 자동차 이용보다는 노면전차(Tram), 버스, 자전거, 택시 이용을 장려해 왔는데 이러한 정책들과도 마찰을 일으킨다. 이러한 반대는 최근 화석연료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운반해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는 이산화탄소 포획 및 저장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의 대두와도 연계된다. 화석연료 사용량은 그대로 두고 탄소배출량만을 조절하는 이 기술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대체 에너지의 개발 속도가 전체 에너지 소비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화석연료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전기자동차가 빠르게 상용화된다면, 현재로서는 전기자동차를 운행하는데 필요한 전기 역시 많은 부분 화석연료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이러한 반대에도 타당성이 있다. 

지속가능한 녹색정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이렇듯 고려해야 하는 사안들이 많다. 녹색산업의 측면에서 디자인을 창안할 때 역시 국지적인 제품 형태에 대한 고민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 다가올 녹색산업 시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판단만이 성공적인 디자인의 녹색화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