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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주미강 & 알레시오 백스 듀오 리사이틀 - 2018.10.14 (일) 예당 콘서트홀

Eunice_t-story 2018. 10. 15. 12:41

강주미 리사이틀! 전에도 내가 이거에 대해서 신기(?)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공연 전에 프로그램 책자에 있는 강주미 인터뷰를 보니 역시 연주자 본인도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싶다.


연주자 입장에선 '듀오 리사이틀'이지만, 나 같이 바욜린 주자 때문에 공연 보러 가는 사람 입장에선 

사실 그냥 바욜리니스트 리사이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도 피아노 '반주자'가 아닌 피아노 '연주자'도 바욜린 리사이틀에서 중요하긴 하겠지.

난 예매할 엄두도 못냈지만 정경화 쌤과 조성진 같은 경우야말로 나 같은 관객도 듀오 리사이틀이란 제목에 공감이 된다는 거 ㅋㅋㅋ




내 좌석은 맨앞줄자리였는데 왼쪽에 MBC 카메라 있더라. 이거 MBC에서 언제 방송할 건가 보다.


전에 옐로우 라운지인지 뭐시긴지 강주미 씨 보러 가서 바로 눈앞 약 30cm 거리에서 강주미 씨 연주를 본 적이 있었다.

따로 단차가 있는 무대에 섰던 게 아니었고 그냥 진짜 바로 옆에 서서 연주를 했고 나도 스탠딩으로 봤음. 클래식인데 ㅋㅋ

가까이서 본 건 좋았지만 클래식 전용 공연장도 아니었고 관객들도 딱히 클래식 공연을 보러 왔다기보단 춤추러 온 사람들 같아서

주변이 되게 어수선 했고 클래식 연주자들이 이런 데서 연주를 안 했으면 할 정도로 안쓰러워 보였다.

연주자 본인은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자유분방하고 맘 편해서 

그냥 리허설 하는 거 사람들한테 구경시켜주는 정도로 가볍게 공연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이 연주를 진짜 듣고 싶어하는 늙은이는 옐로우 라운지인지 머시긴지 다신 안 가게 되더라.

하기사 옐로우 라운지라는 거 자체가 나 같은 늙은이들 오라고 여는 공연은 아닌데 내가 잘못 간 거 맞음 ㅋㅋㅋ


강주미 씨는 진짜 여신포스 작렬. 키가 엄청 크고 슬림하고 얼굴도 이쁘고 머리도 길고 다 가졌다. 

무대로 걸어나올 때나 퇴장할 때, 인사할 때, 얼굴표정, 연주할 때 몸동작 등등 연주자들마다 다 다르고 받는 인상도 연주자마다 다 다른데,

강주미 씨는 진짜 굉장히 우아하고, 뭔가 동작이 고전발레를 보는 거 같다. 키가 훌쩍 크고 팔이 길어서 그래 보이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쨋든 뭔가 표정도 우아하고 연주도 우아하고 몸동작 걷는 모습 등등 모든 게 우아함. 부티 좔좔이라고나 할까...ㅋㅋㅋ



프로그램 첫곡과 마지막 곡은 나 같은 클래식 문외한도 다 아는 워낙에 유명한 곡이었고, 

이자이 곡은 실연으로 첨 들어보는 곡, 부조니는 작곡가도 생소하다. 부조니 곡은 공연에서 연주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데,

피아노 연주자가 추천해서 프로그램에 넣게 됐다고 책자에 써 있더라. 

도입부는 집중해서 듣다가 중간에 살짝 지루하게 들렸다. 역시 난 전문가 감상 수준은 아니니께 ㅋㅋㅋ


앵콜은 3곡을 했다. 클래식 공연 보러 가서 앵콜로 새로운 곡을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한데 이번 공연은 어째 내가 이미 다 아는 곡이었다.

특히 두번째 곡 라캄파넬라를 앵콜로 연주하기 시작할 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가 연주를 듣기 위해 곧바로 조용해짐 ㅋㅋㅋ


1. 글룩의 멜로디

2. 파가니니의 라캄파넬라 (크라이슬러 편곡)

3. 드뷔시의 아름다운 저녁(Beau Soir)


유툽에서 봤던 걸 코앞에서 봤네 ㅎㅎ


연주도 우아하고 무대에서의 모습도 참 우아한 클라라 주미강. 

엇, 그러고보니 영상 속 턱받침과 공연 때 턱받침 컬러가 다르네? 세팅 바꿨나?? 

펙도 컬러가 다르다. 악기를 바꾼 건가? 세팅을 바꾼 건지, 아예 악기를 바꾼 건지, 전문가가 아니라서 알 수 없음.

프로그램에 보면 약 300년 된(1708년산) 스트라디(ex-Strauss) 쓴다고 돼 있다.


한가지 신기했던 건, 난 공연연주자들 경지이면 절대 활브라토, 활튕김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는데, 전문연주자도 그럴 때가 있다는 거 알게 됨.

하기사 너무 건조해서 그런 건지 뭔지 하여간 삑! 하는 소리가 나는 벤게로프 연주 영상도 유툽에서 보긴 했다.

라이브 연주라는 게 그런 데 묘미가 있는 걸 수도 있다. 진짜 생생하다.

이번 공연에서도 마지막 음을 점점 약하게 페이드 하는 부분인데 활 끝으로 가면서 활이 좀 튕기더라는 ㅎㅎ

나 같이 활브라토 많은 취미생한테는 이런 게 위안이 된다 ㅋㅋ 물론 나야 못해서 튕기는 거지만서도... -..-


바욜린을 배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악기가 얼마나 다루기 힘든지 감을 못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

전문 연주자들이 너무 연주를 잘 해서 쉬워 보이거든. 본인들이 직접 해보면 그게 아니란 걸 단박에 알 수 있을텐데 ㅋㅋ

어렵지만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끊을 수 없다. 나도 내가 이렇게 바욜린에 환장하게 될 줄 몰랐다.

물론 오래 전부터 좋아는 했지만 이리 환장 수준이 될 줄이야 ㅋㅋㅋ


앵콜 때 인사하는 모습 짤막 영상들




이게 아마 라캄파넬라 앵콜 직후인 거 같다.


가만보믄 리스트의 피아노 버전과 달리 파가니니의 바욜린 버전은 

진짜 국적이 너무 뚜렷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ㅋㅋㅋ 딱 이태리 느낌이 난다.

프랑스, 독일, 이태리 느낌이란 게 뭔지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지만 그냥 이 곡 바욜린 버전은 왠지

나같이 무식한 사람도 너무 이태리스럽다고 느껴진다는 거. 작곡가가 파가니니여서 그런가??

멜로디가 마치 이태리 오페라 테너가 부를 법한 멜로디로 들린다는 거. 가사 붙여서 불러도 될 거 같이 들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