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s+Design

디자인정글 연재-무엇이 보게 만드는가? (1)

Eunice_t-story 2007. 6. 23. 12:17
<무엇이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가?>(1)
이번 시간에도 지난 시간에 이어서 미국의 그래픽 비평잡지인 Critique(The Magazine of Graphic Design Thinking)에 실린 기사를 소개할까 합니다. 글의 원제는 What makes us look?입니다. 이 시간부터 3편에 걸쳐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

왜 어떤 이미지는 즉각적으로 우리의 시선을 끄는가? 왜 어떤 이미지는 뒤로 물러나 사라지는가? 왜 어떤 이미지는 마치 자석처럼 우리의 시선을 잡아당기는가? 복잡하고 상호 연관된 원리들에 대한 이해는 전혀 전달되지 않는 메시지와 독자의 관심을 유발시키는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보다 효과적인 디자인을 위해서는 두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첫째, 독자의 시선을 끌어야 하고, 둘째,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동안만큼 그 시선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목표가 달성되지 않고는 둘째 목표의 달성도 있을 수 없다. 

보는 과정은 자극에 반응하는 한 단계로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보는 사람과 보여지는 내용간의 상호작용이나 관계가 디자인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시되는 과정이다. 그래픽 디자인이란 보는 사람과 디자인과의 대화로서 여러 번에 걸친 서로의 메시지를 교환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보는 것에 대한 반응은 세 가지 근원으로부터 발생한다. 첫 번째는 인간의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고 수만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눈과 뇌를 포함한 인간의 육체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각자 태어난 문화적 환경에 의해 짜여진 기본적인 체계이다. 문화적 배경을 통하여 세상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할지를 익히게 되며 이런 문화적 습관을 통하여 우리는 그림이나 디자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길들여지게 된다. 

세 번째는 각 사람의 아주 개인적이고 특별한 경험이다. 마치 각 사람의 지문이 다르듯이 말이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놀랍게도 인간의 눈은 7억년 전의 인류 조상들의 것으로부터 아주 적은 변화를 거쳤음을 보여준다. 
예전의 인간의 시각구조는 잠재의식 밖의 통제가 가능한 정도의 자동적인 일면들을 포함한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뭔가 눈앞에 움직이는 것이 보이면 자동적으로 눈길이 따라가는 현상과 같은 것이다. 망막구조는 색상을 지각하게 하고, 명암의 대조를 감지하게 하며, 사물을 ‘윤곽’으로 지각하게 해서 형태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된다. 

어떤 반응은 눈과 뇌의 정보입력과정에 의해서 생기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착시현상이나 어떤 세밀한 패턴의 모아레(Moire) 현상(패턴이 물결치는 듯 보이는 현상)같은 경우를 말한다. 

디자이너들은 때로 이러한 심리적인 반응을 응용하여 시선을 끌려고 하기도 한다. 초기의 연구조사에 의하면 인간은 얼굴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실제로 아주 어린 신생아의 경우에도 사람얼굴과 비슷한 모양의 패턴을 더 좋아하고 불과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영아도 사람의 얼굴을 다른 것들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또다른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아기의 얼굴모양에 가장 많이 끌린다고 한다. 비교적 큰 머리와 눈, 작은 입과 턱을 가진 어린이 얼굴 모양이 바로 그것이다. 인종학자 Konrad Lorenz는 이런 어린이 얼굴 모양은 내부에 잠재해 있는 부드러움을 자극한다고 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은 누구나 아기의 몸이나 얼굴과 비슷한 모양에 반응하며 또한 아기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나 심지어는 아기 모양의 구름이나 바위에도 반응한다고 한다.
디지털 애니메이션 회사인 Magico사의 트레이드 마크. 이중적인 느낌을 나게 해서 마치 사라지는 것 같은 효과를 창출하였다. 
디자이너: Craig Frazier.
“아내와 장모”로 널리 알려진 그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느 쪽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당신의 눈에는 어느 쪽으로 보이는가?
Boston Globe Magazine의 표지. 독자는 아랍인의 두건에 나타난 또 하나의 얼굴에 놀라게 된다. 아트디렉터: Lucy Bartholomy, 일러스트레이터: Brian Cronin 

하버드 대학의 과학 역사가인 Stephen Jay Gould는 1928년 그가 태어난 이래, 미키마우스의 모습이 적어도 세 번은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한다.(미키마우스는 점차적으로 더 어린 모습으로 변화되었고, 머리와 눈은 점점 더 커졌으며, 코와 귀 사이가 더 멀어졌고 바지가 더 아래로 내려갔고, 다리도 짧아졌고...등등) 

다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대해 인간의 예민함은 정말 대단하다. 텔레비전에서 누군가 화면을 향해 서 있는 채로 말을 하면서 앞에 놓인 큐카드를 읽고 있다면 그것을 금방 눈치 챌 정도이니 말이다. 우리는 그만큼 눈맞춤을 중요시하고 심지어는 애완용 개와의 눈맞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얼굴을 쳐다보는 독특한 방식이 있으며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곳을 반복적으로 보게 된다. 눈, 코, 입,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귀를 본다. 이것은 텍스트와 같은 중요한 디자인 요소에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응용하여 최대의 디자인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인간의 시각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이 연구조사결과에만 의존할 수 없는 것이다. 7억년 동안 시각구조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그 미미한 변화의 대부분은 바로 시각정보의 지각과정에 있다. 

뇌는 상당히 많은 뉴론(신경을 세는 단위)을 가지고 있다. 한 뇌가 가지고 있는 뉴론은 자그마치 천억 개에 달한다. 이것은 거의 지구인구의 17배에 달하는 숫자이다. 이 수억 개의 신경들은 다른 수천 개의 신경들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신경조직은 인간의 기억, 언어, 상상력과 같은 복잡한 인간의 능력들이 가능하도록 한다. 인간의 이런 복잡한 신경조직에 감사하기 위해 개구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개구리의 시각구조에서는 정보의 입력과 반응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두 작용(정보의 입력과 입력된 정보에 의한 반응)간의 상호인식과정이 없다. 개구리는 빛의 변화에 대해 그것이 단순히 가지가 바람에 흔들려서 그런 것이니 그대로 있는 것이 나은지를 생각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물로 뛰어들었다가 다시 기어올라오는 수고를 감수한다.
일본의 출판사인 가쿠샤 텐큐샤의 트레이드 마크. 빛나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디자이너: 수미오 하세가와
모아레 현상은 흥미로운 시각효과이다. 평행선과 여러 원들의 조합으로 나타나는 모아레 효과.
1981년에 발간된 아동도서인 Why do we laugh의 일러스트레이션. 모아레 현상을 이용하여 시선을 끄는 패턴을 만들었다. 
출판사: Creative Education, 일러스트레이터: Sandra Higashi
Oola 과자점 로고는 글자가 얼굴모양으로 다시 조합되어 마치 얼굴이 로고를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디자이너: Paula scher
Konrad Lorenz는 인간이 큰 눈과 튀어나온 앞이마, 들어간 턱과 같은 어린이 얼굴의 특징을 한 동물(왼쪽 줄)에 끌린다고 주장한다. 그는 작은 눈, 긴 얼굴(오른쪽 줄)에는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눈맞춤과 바디랭귀지를 이용한 got milk? 포스터 광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하며 특히 고양이 애호가에게는 더욱 그렇다. 아트디렉터: Sean Ehringer, Paul Renner. 사진: Hunter Freeman
눈의 움직임을 기록한 것. 보는 사람이 네페르티티 여왕의 머리를 보면서 눈, 코, 입, 귀에 관심을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The Eraser의 책표지. 이 책표지의 흥미로운 점은 바로 우리가 주로 주목하는 눈, 코, 입이 없다는 것이다. 
그대신 그 자리에 책의 제목이 있어 우리의 눈을 책 제목으로 이끈다. 아트디렉터: John Gall, 출판사: Grove/Atlantic
자연을 기록하는 것이 주업무인 Wild Sanctuary사의 광고. 극단적으로 클로스업된 부엉이의 얼굴이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하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아트디렉터: Kit Hinrichs, 디자이너: Jackie Foshaug
온수 수도꼭지와 같은 일상의 익숙한 사물로 독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때로는 신선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면의 거의 전부를 할애하여 크게 부각된 수도꼭지는 어찌 보면 사람의 형상이기도 하다. 아트디렉터: Fred Woodward
친근한 사물의 이미지는 옆 페이지의 얼룩을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효과를 제공한다. 
디자이너: John Van Dyke, 사진: Holly Stewart, 칼리그래퍼: Georgia Deaver 

개구리는 입력과 반응을 인식하는 회로가 없다. 개구리의 행동은 단순한 반사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는 개구리처럼 단순하지가 않다. 인간이라면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되지? 이런 걸 내가 전에 겪었던 적이 있던가? 엄마라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라고 하셨을까? Bill이라면 이런 경우에 뭐라고 할까? 누구를 불러야 하나? 어떤 선택조건들이 있지? 내 진정한 느낌은 뭐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건 안전한 건가? 내가 해 낼 수 있을까? 비가 오면 어쩌지? 등등... 
하지만 개구리는 아무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점프할 뿐이다. 

인간의 시각지각과정이 하드웨어라면 문화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문화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입력된 내용(경험)을 어떤 식으로 출력(행동)할 것인지 지시한다. 다양한 문화를 접한 사람일수록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언어, 종교, 문화를 섭렵할 필요가 있다. 새로 태어난 아기들은 이런 모든 것들을 소화해낼 능력이 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하여 같은 이미지나 디자인을 보고도 서로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다음 시간에 내용이 계속 이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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