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s+Design

스타벅스 이야기

Eunice_t-story 2007. 6. 23. 11:10
스타벅스에서 커피 안 마셔 본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스타벅스에 대해 한번쯤 궁금증을 품어 보신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군요. 로고는 무슨 의미인지? 
왠 커피전문점 로고에 인어? 
그리고 왜 스타벅스에 가면 언제나 올드 재즈가 흘러나오는지? 등등... 

저는 스타벅스 로고에 제일 먼저 관심이 가더군요. 개인적으로 스타벅스 커피뿐 아니라 
스타벅스 물건들(종이컵, 냅킨, 종이 봉지 등등)을 좋아해서 더 집어온 적도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잡지에 이런 스타벅스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 여기 소개하는 이 글은 스타벅스를 찬양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스타벅스의 모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신지... 저는 이런 시각에서도 바라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자면 저도 이 글에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런 의견이 회사 내에서도 일어나서 스타벅스의 로고를 비롯한 모든 디자인이 바뀐다면...? 
과연 그것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일까요? 

다음은 미국의 디자인잡지 Print에 [Siren's Song]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입니다. 


1996년 스타벅스는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 명의 디자이너 Milton Glaser, Victor Moscoso, Roger Dean에게 포스터 디자인을 의뢰했다. 각 디자이너들은 스타벅스의 로고(Hornall Anderson이 디자인)인 Siren(아름다운 노랫소리로 근처를 지나는 뱃사람을 유혹하여 파선시킨다는 바다의 요정)을 자유자재로 묘사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Milton Glaser의 포스터에서는 Siren이 커피 한 컵을 손에 들고 향을 음미하는 모습으로 표현됐는데 이는 마치 19세기 커피회사인 Rajah를 위해 벨기에의 미술가인 Privat-Livemont가 제작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간판을 연상시킨다. 

Victor Moscoso의 포스터에 묘사된 Siren은 커피 컵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모습인데 이는 그가 제작했던 1960년대 샌프란시스코 락 콘서트 포스터와 유사하다. Roger Dean의 포스터에 나타난 통통한 글씨체와 Siren을 인어로 묘사한 모습은 락 그룹 YES의 앨범 자켓에서 볼 수 있는 글씨체와 흡사하다.
Milton Glaser의 Moscoso 포스터와 Yes의 앨범 자켓 

스타벅스사는 1971년에 설립되었다. 이 시기는 히피의 시대로서 다양한 문화가 자유의 분위기 속에서 서로 어우러지며 
좋은 시절을 보내던 때였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였나? 문제는 실제 스타벅스의 본모습과 보여지는 이미지의 차이였다. 
1960년대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스타벅스는 커피와 여유로움을 제공하는 회사로 소비자들에게 제시되었다. 
이태리의 도시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에스프레소 바의 정신을 표방하며 스타벅스는 자사의 이미지를 ‘제 3의 장소’로 표현하였다. 즉, 집과 직장의 중간 지점에 있고 하루의 피로를 잠시 풀 수 있는 장소를 뜻한다. 

‘제 3의 장소’는 스타벅스의 아이덴티티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황은 좀 다르다. 스타벅스의 대부분의 매상은 Take-out에서 발생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에스프레소나 라테를 마시며 잠시 앉고 싶은 고객이 있다면 물론 자리는 마련되어 있다. 벽쪽을 둘러가며 높은 의자들이 즐비하고, 테이블들과 의자들도 있긴 하다. 사실 그 의자들은 그다지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테이블들은 너무 높아서 책을 읽거나 뭔가 쓰기엔 좀 불편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스타벅스 매장에는 커피 부티끄가 있다. 커피를 머그잔, 커피메이커, 그 외 각종 커피용품들과 함께 판매한다. 패스트푸드점과 소매점을 조합한 듯한 ‘제 3의 장소’는 스타벅스 아이덴티티의 일부에 불과하다.


Hornall Anderson이 디자인한 패키지와 frappucino 로고 
부티끄에서 판매되는 머그잔이나 각종 패키지에는 유명한 명화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Marc Chagall의 작품이 종이컵이나 상자에 쓰이고 머그잔에 사용된 몇몇 명화들은 박물관에서 즐겨 사용하는 
마케팅전략을 연상시킨다. 

크리스마스 시즌 때에는 Van Gogh의 Starry Night을 사용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또한 음악을 자사의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 방식이 매우 간접적이다. 
스타벅스 부티끄에서는 잘 알려진 음악이나 재즈가 스타벅스라는 상표를 달고 새롭게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Songs of Siren'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CD에는 
Billie Holiday, Lena Horne, Ella Fitzgerald와 같은 잘 알려진 가수들의 음악이 수록되어 있다.

Hornall Anderson이 디자인한 패키지와 트럭 
부티끄에서 판매되는 용품들에 적절히 사용된 미술작품들의 이미지와 창립 25주년을 기념하여 1960년대 풍의 
복고스타일을 추구하며 스타벅스는 유럽풍 에스프레소 바의 여유로운 이미지와 미술작품을 통한 예술적 체험, 
그리고 히피스타일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문화적 영향을 끼치는 회사의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이미지는 스타벅스의 강력하고 빠른 속도로 확장되어 가는 마케팅 구조와는 극심한 대조를 이룬다. 

디자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스타벅스의 마케팅전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점은 그들이 추구한다고 주장하는 
문화적 독특성이 사실은 맥도날드만큼이나 강력한 마케팅 전략에 근거한다는 사실이다. 스타벅스의 디자인 전략은 
재활용의 형태로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스타벅스는 이미지와 음악을 리사이클함으로써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성립해 나간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뉴스레터에 실린 [커피는 중요하다]라는 기사에서는 25주년을 기념하며 갖가지 ‘영감‘에 대해 
도배를 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창립자 3명은 ’영감‘을 얻어 그들의 첫 번째 커피숍을 시애틀에 열었다. 1982년에 겨우 5개였던 매장을 1996년에 1000개로 확장시킨 Howard Schultz는 이태리 커피점의 로맨틱함과 장식성에서 ’영감‘을 얻어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라 불리는 Milton Glaser, Victor Moscoso, Roger Dean에게 포스터 디자인을 의뢰하였다...’
스타벅스 뉴스레터 

영감을 주는 기업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현실에서의 스타벅스는 그저 모방과 리사이클을 통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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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이 글을 읽고 어떤 의견이신지 모르겠군요. 다음 강좌에서 새로운 내용으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