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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쉬 걸 (The Danish Girl, 2015)

Eunice_t-story 2017. 2. 26. 17:02


다운받아 놓은지 좀 됐고 그동안 노트북을 바꿨는데 네이버 영화 다운 받으면 이런 게 있었구나. 앞으론 구매할 때 잘 읽어보고 해야긋네.

그래도 또 결제할 필요는 없이 다시 다운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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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주근깨 가득하고 영국출신이고 엄청 명문대 출신이고 이젠 핫한 배우가 됐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그 남배우.

아직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한다. 그래도 얼굴은 익숙한 그 배우. 인스타에서 그림러들이 꽤 그려대는 그 배우. 에디 레드메인.

이 배우를 첨 본 게 아직 유명세를 타지 않던 시절 어느 영화에서 비중 크지 않은 역할이었던 거 같은데 무슨 영화였는지 기억이...

얼굴이 기억에 남는 이유가 전형적인 꽃미남형도 아닌데다 엄청난 주근깨 때문인 듯.


어쨋든 이젠 핫한 배우가 된 레드메인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후보에까지 올랐고 영화소재도 흥미로워서 다운받아 놓고 이제서야 봤다.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의 얘기라는 정도만 알고 봤는데 영화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본 내 소감이 이럴 줄 나도 예상 못했었다.


동성애, 성정체성을 찾는 스토리, 이런 얘기를 다루는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동성애자 당사자나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당사자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당사자의 주변인들은 그저 주변인들로만 인식하게 되는데

어째 이 영화는 보는내내 남주의 아내를 더 안타까워 하면서 아내에 빙의해서 보게 되더라는 ㅋㅋㅋ 

내가 저 처지라면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저 여자 엄청 대단하네. 그런 생각이 영화보는 내내 들었다.

'대니쉬 걸'이라는 영화제목도 영화 보기 전까지는 성전환 수술을 받는 남주를 지칭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영화를 다보고 나니 오히려 '이 영화는 남주의 아내가 주인공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아,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 중 또 하나는 바로 벤 위쇼였다. 

물론 남주가 이미 있으니 비중이 클 거 같진 않다고 예상을 하고 보긴 했지만 비중이 진짜 별로 없네 ㅋㅋㅋ


내가 LGBT(또는 GLBT)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된 건 2009년 플라시보 팬이 되면서부터다.

밴드멤버 한 사람이 gay, 그리고 또 한 사람은 bi인 것으로 여겨졌기에 팬덤에서 동성애는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L, G, B에 비해 T에 대해서는 그동안 별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굳이 맘잡고 생각할 이유도 없었고 ㅋㅋㅋㅋ)


엄밀히 따지자면, transgender(T)의 입장에서 보자면, T는 동성애자가 아니다. 이성애자다. 

자신들이 남자/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남자/여자를 이성으로 여기고 좋아하는 거니까.

동성애자(G와 L)의 경우는 완전 다르다. 그 사람들은 자기랑 같은 성을 좋아하는 거.

영화 속에서 벤 위쇼가 맡았던 산달 캐릭터가 동성애자였다. 

아이나르(에디 레드메인)가 릴리로 여장했을 때 아이나르인 걸 알고 접근했던 거였으니.


이 영화 속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은 현대의 경우에도 똑같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 남편이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한다면, 내 아내가 자신을 남자라고 생각한다면? 진짜 상상도 하기 싫은 시추에이션.


영화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흐름이 좀 매끄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이나르가 여자 옷 좀 잠깐 걸치고 스타킹 잠깐 신어봤다고 갑자기 뜬금없이 자기가 여자라는 자각이 든 것처럼 보였다는 거.

물론 나중에 대사로 아이나르가 어릴 때부터 약간 조짐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걸로는 뭔가 부족하게 느껴졌다는.

베스트셀러였던 원작소설을 읽지도 않고 감히 무례하게 영화부터 본 내 잘못인가 ㅋㅋㅋ -_-


이 영화는 실제 일기장을 토대로 한 픽션 소설을 근거로 한 거라고 한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픽션.

게르다는 릴리 사후에도 릴리 초상화를 그렸다고 하던데 위키백과에 보니 게르다는 말년에 엽서 그림을 그리면서 어렵게 살다 죽었다고 한다.

게르다가 레즈비언이었다는 설도 있단다. 둘이 결혼을 한 것은 둘의 성정체성 때문이었다는 추측도 있다고 함.

그 시대에는 커밍아웃해봤자 득될 게 없으니(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서로를 위해 결혼한 걸 수도 있다는 설이 있단다.


영화를 다보고나니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물론 영화 2시간 안에 모든 걸 다 때려 넣을 순 없겠지만

게르다의 스토리(사실에 입각한)가 더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나르 말고 게르다에만 초점을 맞춘 영화도 잼날 듯.


게르다의 작품들. 전시장의 큰 흑백 사진은 아이나르가 여장을 한 모습, 즉 릴리의 모습.


작품들이 엄청 아르누보 스럽다.


이런 일이 현실에 있었다는 거 자체가 참 신기하다.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고 여장을 한 남편을 그렸던 아내. 

이 사람들 직업이 화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그림으로 남지도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