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s+Design

디자인, 환상과 오해의 복마전

Eunice_t-story 2014. 4. 11. 11:43
"1998년 2월, 정권 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부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폈다. 실업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이 시행되었고, 디자인도 그 교육에 포함되었다. 웹 디자이너나 그래픽 디자이너, 혹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주로 교육했다. 그런데 이 정책의 이면에는 디자인이 단순히 기술과 같은 것이라는 이해, 따라서 몇 달간의 교육으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이해가 자리한다. 그런 이해는 정책을 펴는 이들만 한 것이 아니었다.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운이 좋아 취업했더라도 기업에서 디자이너로서 만족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디자이너로서 이상을 실현하기에는 이 사회에 너무 많은 한계와 장애가 도사리고 있다.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은 행복한 사회를 위한 창조적 상상력보다는 돈이 되는 상상력을 요구한다.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없는 일과 연일 계속되는 야근, 그럼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대우는 디자이너들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2009년 디자인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취업 디자이너의 66.3%가 3년 이하의 근속연수를 나타냈다.
디자이너의 어려움은 디자인 분야의 어려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디자인 전문회사는 현재 구조적 문제로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정리해고된 디자이너들이나 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만족할 수 없어 회사를 나온 이들은 앞다퉈 디자인 전문회사를 창업했다. 디자인 전문회사들은 늘어갔고, 이에 따라 디자인 용역을 수주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용역을 향한 치열한 경쟁은 디자인 단가를 하락시켰다. 정상적 운영을 위해 디자인 전문회사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했고, 그것은 고스란히 그곳에서 일하는 일반 디자이너들의 부담으로 돌아갔다. 밤을 새우는 디자이너들로 가득한 디자인 전문회사의 모습은 지금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좋은 디자인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지 않을까?"
많은 부분이 공감되는 글. 2012년에 쓰인 글이지만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