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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양조위/장국영의 <해피 투게더> 1997

Eunice_t-story 2015. 7. 12. 16:08



우선,

양조위, 왕가위, 양가위가 전부 다른 사람이란 걸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됨 ㅋㅋㅋㅋ
사실 전부 한 사람이라 생각했던 거 같지도 않고 딱히 관심 가지고 제대로 알아볼 생각도 못했긴 했는데
아마도 나는 양조위를 여태 감독겸 배우로 착각하고 있었던 거 같다 ㅋㅋㅋ 양조위가 왕가위라고 착각했던 모냥 ㅋㅋㅋㅋ
<중경삼림>도 분명히 20여년 전에 봤는데 그 때도 나는 양조위를 왕가위로 착각했었나봐 ㅋㅋㅋㅋ 이름 다들 느무 헷갈림.
그러니까<중경삼림>감독이 왕가위였는데 그 때도 양조위가 출연했었던 거고, 이 영화에도 그런 경우다.

<중경삼림>볼 때는 사실 양조위보다는 금성무 쳐다 보니라 양조위의 연기나 외모를 그닥 눈여겨 봤던 기억이 읍다.
이 영화는 퀴어 영화라길래, 게다가 장국영이 나왔다길래 일단 닥치고 다운을 받아놨던 영화 ㅋㅋㅋ 
몇 달 전에 다운 받아놓고 이제서야 봤다.
울나라에서는 그 옛날 개봉당시 베드씬이 삭제된 상태로 극장 상영했단다. 97년 개봉이었다는데 내가 울나라 안 살 때네...

어쨋든 영화를 본 소감은,
전반부는 솔직히 좀 지겨웠다. 악평이 별로 없고 다들 호평 일색이길래 일단 보기 시작하긴 했는데 난 지루했음.
게다가 구스 반 센트의<아이다호>랑 너무 오버랩이 돼서 그 점도 별로 맘에 안들었고...
물론<아이다호>아류라든가 그런 건 아니다. 스토리 자체가 다르니까, 관계도 다르고.
지겹다고 느끼면서 보는 와중에도 영화 화면의 색감은 너무 좋았다. 
간간히 스토리텔링, 인물관계 설명을 위해 등장했던 흑백장면들보다는
남미 특유의 원색적이고 강렬하면서도 뭔가 아련한 느낌이 참 좋더라. 전반적으로 슬프면서도 애잔한 느낌. 
세 남자(아휘/보영/창)의 나레이션이 나온다.

전반을 지나 후반으로 가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영화에 몰입하게 됐고 더불어 양조위의 연기력에 감탄!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도 전달되는 슬픔이 있었다. 진짜 연기 잘하는 배우인데 그동안 몰라봬서 지송 ㅋㅋ
중경삼림을 분명히 봤는데도 그 땐 느끼지 못했던 양조위의 연기력이 인상적이었다.
뒷얘기를 찾아 읽어보니 원래 양조위를 캐스팅할 때 왕가위 감독은 양조위에게 게이 역이란 얘기를 안 하고 
아휘의 아버지가 게이인데 야휘가 게이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스토리라고 했단다.

영화를 위해 탱고를 배우면서 배역을 준비 중이던 양조위에게 왕가위 감독은 아휘 캐릭터가 게이 이면 어떻겠냐는 식으로 
슬쩍 양조위에게 제안을 했다는 것. 이미 캐릭터 준비과정에 돌입한 양조위는 
빼도박도 못하고 그냥 하게 됐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단다 ㅋㅋㅋ
양조위가 오케이하고 바로 장국영과 베드씬도 찍은 거였다고 ㅋㅋㅋㅋ
내가 네이버 영화에서 다운 받은 버전은 그러니까 20여 년 전 극장상영됐던 편집 버전이 아닌 무삭제 버전인갑다. 
영화 초반에 바로 베드씬 나옴.
나는 장국영 사후 한참 뒤에야 그가 적어도 bi였을 거라는(어느 인터뷰에서 장국영 본인이 그리 말한 적이 있다고) 걸 알게 됐는데
이 영화를 찍을 당시에 양조위나 왕가위는 그가 양성/동성애자라는 걸 알고 찍은 거....겠지? 아닌가? 어쨋든,
전반에 지겹던 영화가 후반에 들어서면서 몰입도가 상승됐고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은 참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해피투게더'는 영어 제목인 거 같고 홍콩 현지 제목으로는 한자 4자성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구름 사이로 갑자기 나타난 햇살', 뭐 그런 뜻이라고 한다.
어쨋든 영어 제목의 '해피투게더'는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싶었다'라는 의미에 더 가까울 듯.

영화평론글을 보니 당시 중국 반환 전 홍콩의 불안함과 희망을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는 해석도 있던데 난 거기까진 잘 모르겠고,
내 개인적 느낌으로는 
'함께 행복하고 싶었지만 우린 그럴 수 없는 사이인 거 같다. 함께 할 순 없지만 난 행복하고 싶다. 너도 행복해~' 
뭐 이런 나름의 희망적인 느낌이 들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불행한 거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인데 함께 하면 바램과 달리 행복하지 못 한 거. 
그래서 이별하지만 미련이 남아 계속 다시 시작을 반복한다. 결국은 함께 행복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영원한 이별을...
보영과 함께 보길 원했던 이구아수 폭포를 아휘가 혼자 보고 있던 그 때, 보영은 아휘가 떠난 아파트에서 운다.
하지만 이후에 만약 둘이 다시 또 어디선가 마주쳐서 또 '다시 시작'하게 된다면 또 다시 불행, 이별을 반복하게 될 듯.
동성애가 아닌 이성 간의 사랑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그냥 두 사람의 사랑 얘기다.


두 배우의 완벽한 동성애 캐미! *_*



자유연애형 보영과 일편단심형 아휘. 자기와 다른 사람이라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 것인지...
이런 거 보면 그냥 '끼리끼리' 만나는 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일지도 ㅋㅋㅋ


같이 중국식당에서 일하는 창은 시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는 보이는 것보다는 들리는 것을 믿는다. 
얼굴 표정은 감출 수 있지만 목소리에서는 감정을 숨길 수 없다고 말한다.


창은 여행경비를 다 모아서 이제 남쪽 끝으로 떠난다. 

떠나기 전에 사진을 찍기보다 아휘의 목소리를 담아 가겠다고 워크맨 리코더를 아휘에게 건낸다.
창은 아휘의 슬픔을 담아 남쪽 끝으로 가져가겠다고 한다. 이 장면에서 양조위가 울기 시작할 때 진짜 슬펐음 ㅜ_ㅜ




비하인드 스토리에 보니 '창' 이란 캐릭터는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급조된 것이라고 한다. 
장국영 공연 스케줄로 인해 촬영이 중단됐을 때 창 장면들을 촬영한 것이라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