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봉 당시 극장 가서 본 영화. 어제 케이블에서 밤 늦게 하길래 새벽까지 꾸역꾸역 끝까지 다 봤다.
당시 극장에서 보고 너무 인상적이어서 원작소설을 나중에 읽었고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소설 (독서 잘 안 함 ㅋㅋㅋ).
현실적으로 보자면 그르누이는 미친놈인데 영화를 봐도, 소설을 봐도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바로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극장에 영화 보러 갈 때 진짜 아무 정보 없이 봤고 벤 위쇼라는 배우를 바로 이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됐다.
나중에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디카프리오가 그르누이 역으로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가만 생각해보믄 디카프리오가 했어도 잘 했을 거 같긴 하다. 하지만 디카프리오가 했다면 너무 헐리웃 느낌이 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디카프리오가 그르누이를 연기했다면 당시 인지도가 거의 없었던 연기파 젊은 배우인 벤 위쇼를 내가 알게 되는 시기도 좀 늦어졌을 것이고.
내가 처음 본 Tom Tykwer(톰 티그베어) 감독의 영화는 1998년의 Run Lola Run이었다.
<본 아이덴티티>에서 제이슨 본의 여친이 되는 그 여배우가 여주인공 Lola 역을 맡았던 영화. 영화 OST도 당시 즐겨들었던 추억이 ㅎㅎㅎ
독일 배우들이 독어로 대사를 치는 독일 영화였지만 당시 미국에서도 꽤 알려졌던 걸로 기억한다 (난 당시 타향살이 중).
Run Lola Run은 <메멘토>처럼 과거와 현재가 왔다갔다, 정신 없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차가 그리 크지도 않는데 계속 왔다리 갔다리 ㅋㅋㅋ
어쨋든 그 영화 이후로 두번째로 본 톰 티그베어 감독의 작품이 <향수>여서 두 영화의 갭이 크게 느껴졌다는.
첨엔 같은 감독인 줄도 몰랐다.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스따일의 영화.
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겼을 때 만족도를 기대하기 참 힘든데 난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 건지,
나중에 원작 소설을 보고 영화를 참 잘 만들었구나 싶었다. 책을 먼저 봤던 사람들은 영화가 책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을 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냄새'를 소재로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화면에서 잘 표현된 거 같다. 벤 위쇼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르누이 라는 캐릭터 자체가 말수가 적고 광적인 집착을 가지고 냄새 이외의 것에는 무관심한 사람이라
대사도 적고 눈빛 연기가 참 중요한데 눈빛 연기 완전 쩔었음. 벤 위쇼는 눈동자에 뭔가 야생의 광기가 어려 있다.
오죽하면 대사도 별로 없는데 내가 벤 위쇼의 연기가 인상 깊어서 <향수> 이후로 벤 위쇼의 다른 작품들을 있는대로 긁어 모아 봤을까.
원작 소설에서의 약간 동화같은 느낌이 영화에서도 잘 살았던 거 같다. 그야말로 잔혹 동화.
결국 그르누이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싶었던 외로운 캐릭터였다는 걸 생각하면 분명 연쇄살인범인데도 미워하기보단 불쌍히 여기게 된다.
살인을 정당화 하는 게 나쁘고 옳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그르누이는 미워할 수 없다는. 진짜 묘함.
벤위쇼 관련글 >> http://blog.daum.net/park_eunice/1139
싸이블로그에서 다음 블로그로 퍼오긴 했으나 싸블에서 만들었던 플래시 파일들이 다 못쓰게 돼 버려서 글만 간신히 퍼옴. 썩을 노무 싸이.
내가 갖고 있는 원작소설
향수 OST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곡. Meeting Laura
아, 그러고 보니 벤 위쇼는 영화 Bright Star의 OST 작곡가와 동성결혼했다. 지금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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